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의 김재열(金材熱·36) 전략기획부 이사.
최근 그의 컨설팅 대상은 국회다. 국회 조직과 인사, 관련 법체계를 뜯어 고쳐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회가 행정부 등 다른 부문보다 경쟁력이 떨어져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를 개편해야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죠.”
지난달 18일 국회 미래산업연구회가 주최한 ‘국회 제도개혁 입법공청회’에서 김 이사는 국회에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국회가 규제개혁 기능을 갖추고 있을 때 행정부 견제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당과 국회의원 연구모임으로부터 개별적인 특강 요청도 꽤나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와 정당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혹시 출마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의 관심은 ‘정치’가 아닌 ‘정책’입니다.”
김 이사는 ‘카멜레온’형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격적 변신을 거듭해 왔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199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98년에는 민간전문가 특채를 통해 기획예산처로 옮겨 공무원으로 변신했고, 2001년에는 딜로이트 전략기획부로 자리를 옮겼다. 세 곳 모두 ‘기획’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컨설팅 업무 가운데 가장 ‘돈이 안 되는’ 게 공공기관 컨설팅이에요. 하지만 정책에 반영시켜 작은 변화라도 생기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매력이 있죠. 그것이 ‘기획의 힘’이기도 합니다.”
김 이사에게는 ‘국내 해커 1호’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1993년 2월 청와대 ID를 도용해 금융전산망을 해킹한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이기 때문.
“해커가 아닌 정책 컨설팅 전문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책 기획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밀알’이 되겠다는 게 제 희망입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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