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별헤는 봄 밤…수도권 천문대 나들이

  • 입력 2004년 3월 25일 16시 50분


가족끼리 사설 천문대를 찾는 것은 색다른 경험. 현암i별학교 김지현 교장(오른쪽)이 어린이에게 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가족끼리 사설 천문대를 찾는 것은 색다른 경험. 현암i별학교 김지현 교장(오른쪽)이 어린이에게 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도시에서 별은 희미하다. 별이 잘 안 보이는 건 대기 오염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빛이 너무 많아 별빛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빌딩마다 밝게 켜놓은 불빛은 하늘로 올라 두꺼운 빛의 장막을 만든다. 몇 십, 몇 백 광년 너머에서 힘겹게 달려온 별빛은 머나먼 여정의 마지막 순간에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천문대는 빛을 피해 있다. 불빛도 없고 인적이 드문 산꼭대기나 사막 한 복판으로 간다. 이러면 관측에야 좋겠지만 일반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진다.

일본에선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천체망원경을 갖고 있을 정도로 별을 보는 인구가 많다. 관광지마다 별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꼭 학술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천문대가 도시에 있으면 어떨까. 그래서 별을 보는 인구가 늘어날 수만 있다면….》

○ 도시에서 별보기

서울 마포구 아현3동 현암사 사옥. 시내 한 복판은 아니지만 주변에는 집과 빌딩이 빽빽하다.

이곳에 현암i별학교가 있다. 별 교육을 위해 1층에 영상실을 갖췄고 옥상에는 망원경을 설치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1년 내내 교육과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사를 떠나 속세로 내려온 승려 같은, 이 학교 김지현 교장(35)은 “왜 도시냐”는 물음에 “그래야 많은 사람이 찾지 않겠느냐”고 대답한다.

조선시대까지 별을 관측하는 장소는 사람들 가까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앞과 창경궁에 남아 있는 관천대가 바로 이런 천문대들이다. 몇 백 년 세월이 흘러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이 훨씬 넘는 초대형 도시로 성장했지만 지금도 구름만 안 끼면 1등성 10여개는 맨눈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암i별학교 옥상에는 김 교장이 직접 만든 반사망원경 ‘별꿈이’가 있다. 얼핏 보면 황동으로 만든 설치조각처럼 보인다. 망원경 하면 긴 원통 모양을 떠올리게 되지만 별꿈이는 뼈대만 있고 가운데가 텅 비어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묻자 김 교장은 “어차피 도시에 있는데”라며 씩 웃는다.

굴절망원경이건 반사망원경이건 원통은 빛을 차단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원통을 없앤 것은 별을 가로막는 도시의 빛들, 아니 그 보다는 별을 포기한 도시 사람들에 대한 항의로 들렸다.

○ 5개의 행성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해 총 9개의 행성이 있다. 이 가운데 지구에서 가까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5개는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언제 어느 곳에 뜨는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별자리 지도를 참고해야 한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이 5개 행성을 한 하늘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오후 7시경 해가 지면 서쪽 지평선 위로 수성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왼쪽에 더 밝게 빛나는 별은 금성이다. 금성에서 더 왼쪽 황소자리 방향으로 눈을 옮기면 붉은 빛을 내는 화성을 찾을 수 있다. 이어 오후 8시가 가까워지면 남쪽 하늘 높이 토성이 걸리고 동쪽 하늘에는 목성이 밝게 떠오른다.

5개 행성을 모처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 건 수성 덕분이다. 나머지 4개 행성은 밤하늘에서 종종 함께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성은 태양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해가 진 직후 지평선 부근에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번에는 일몰 후에도 1시간 정도 하늘에서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다시 보려면 앞으로 30여년을 기다려야 한다.


봄철 초저녁 남서쪽을 바라보고 섰을 때의 하늘 모습.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와 리겔,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등은 워낙 밝아서 쉽게 눈에 뛴다. 그림에는 나타내지 않았지만 서쪽(오른쪽) 하늘에 수성, 동쪽(왼쪽) 하늘에는 목성이 밝게 빛난다. 그래픽제공 강선욱씨












○ 별을 보러 가자

다음달 말 두 개의 혜성이 동시에 관측되는 ‘혜성쇼’도 놓치면 아깝다. 두 개의 혜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 역시 매우 드문 일이다. 니트와 리니어로 이름 붙여진 이들 혜성도 도시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니트는 2001년 8월에, 리니어는 2002년 10월에 처음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들 혜성이 지구에 가까이 오면 1, 2등급 정도의 빛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도시를 떠나 사설 천문대를 찾아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사진에서만 보던 토성의 테를 직접 보면 황홀하다.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른들이 먼저 탄성을 지르게 되어 있다.


현암i별학교에선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다섯 행성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연과 관찰 행사를 벌인다. 중미산천문대를 비롯한 사설 천문대들도 비슷한 행사를 여는 곳이 많다.

수도권 천문대
천문대위치참가비연락처
세종천문대경기 여주군4만원(1박2일 숙식 포함)02-3472-2620
안성천문대경기 안성시2만5000원02-777-1771
중미산천문대경기 양평군1만8000원031-771-0306
코스모피아경기 가평군6만원(성인 기준, 1박2일 숙식 포함)031-585-0482
현암i별학교서울 아현동1만원부터02-312-8120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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