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水’에서 모든 ‘다스림’을 지칭하게 된 것은, 고대 중국인들이 살았던 황하 때문이었다. 황하는 물속에 포함된 엄청난 양의 황토와 1km 당 20cm도 되지 않는 너무나 완만한 경사 때문에 범람도 잦고 물길도 수시로 바뀐다. 황하의 홍수는 과거 3000년 동안 1500회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하의 治水는 治國(치국)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고, 禹(우)임금은 황하의 治水로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우임금이 그랬던 것처럼, 물길 다스리기의 비결은 바로 順理(순리)에 있다. 順理란 물 흐르는 대로 물길을 내어 주는 것이다. 물의 흐름을 억지로 바꾸려다가는 둑이 터지고, 둑이 터지면 모든 농작물은 물론 사람들까지 죽고 만다.
亂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두 손으로 엉킨 실을 풀고 있는 모습이다. 윗부분(爪)과 아랫부분(又·우)은 손이고, 중간 부분은 실패와 실(요·요)을 그렸다.
이후 秦나라와 楚(초)나라의 竹簡(죽간)에 이르면 의미의 정확성을 위해 손을 나타내는 又가 더해졌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乙로 잘못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엉킨 실만큼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것은 없다. 그래서 亂이 뒤엉키고 混亂(혼란)함을 나타내는 대표 글자가 되었다.
하지만 엉킨 실은 반드시 풀어야만 베를 짤 수 있다. 그래서 亂은 ‘정리하다·다스리다’의 뜻으로도 쓰였다. 亂麻(난마)처럼 얽힌 일들을 한 올 한 올 실 풀듯 해결해 나간다는 뜻이다.
이처럼 亂에는 한 글자에 대립되는 두 가지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는데 이러한 예는 자주 보인다. 예컨대 止(발 지)에는 ‘가다’와 ‘멈추다’의 뜻이, 落(떨어질 락)에는 ‘떨어지다’와 ‘시작하다’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이는 중국인들의 변증법적 사고가 잘 반영된 예들이다.
‘危機(위기)’도 마찬가지이다. 危險(위험)에 처했을 때가 機會(기회)라는 한자에 담긴 지혜를 생각할 때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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