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전문직 미혼여성 토크 ‘싱글즈 인 서울’ 인기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07분


여성채널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중인 유미나 홍연정 피현정 배혜진씨(왼쪽부터).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얌전히 있으면 도태된다. 열심히 사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여성채널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중인 유미나 홍연정 피현정 배혜진씨(왼쪽부터).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얌전히 있으면 도태된다. 열심히 사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케이블·위성 여성채널 온스타일이 19일 첫 방송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싱글즈 인 서울’(금 밤 11시). 미혼 전문직 여성 4명이 11주 동안 연하 남성과의 미팅이나 몸만들기 등 일과 사랑, 사회에 관한 자신들의 속내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다음’ 카페에 400여건의 글이 오르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싱글즈’는 피현정(패션잡지 뷰티팀장·33) 배혜진(외국계 회사 헤드헌터·31) 홍연정(수의사·29) 유미나(스포츠의류 회사 마케팅담당·28)씨. 최근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들은 이 프로그램이 ‘한국판 섹스 앤 시티’라고 알려지면서 괜한 오해를 산다며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곧장 ‘자기들의 수다’에 빠져 들었다. 그 내용을 이름을 명기하지 않고 정리했다. 》

● 방송 이후?

△우리 집안은 굉장히 엄해. 자기 할 일은 반드시 알아서 해야 하거든. 방송 출연에 대해서도 “제가 알아서 할 게요” 했더니 “좋다. 대신 책임은 네가 져라” 하더라.

△‘방송에서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뭐라고 하냐’고 물어왔어. 마치 우리가 지금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듯이.

△아니, 사생활이 있어야 이야기가 나오지(웃음). 이 프로그램은 ‘섹스 앤 시티’보다 ‘러브 앤 시티’에 가까운 것 같아.

● 결혼은?

이들은 결혼에 대해서는 ‘꼭 한다’ ‘별 생각 없다’로 두 명씩 엇갈렸다.

△내 주변은 싱글 30%, 기혼 40%, 이혼 30%야. 아무리 ‘찌릿’한 사랑이었더라도 얼마 안 가 갈라진다니까. 결혼하기가 겁나…

△여자가 결혼하면 포기해야 하는 게 많으니까 부모님도 굳이 하라고 안 하셔. 결혼을 해도 애 낳을 생각은 없어. 한국 사회에서 아이는 다 클 때까지 부모의 짐이야.

△난 애기를 꼭 낳고 싶어. 남자보다 애가 좋아서 결혼하고 싶은지도 몰라.

△시집 잘 가서 남자 덕을 보려는 애들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아…

△그게 꼭 나쁜가? 우리 앞에 완벽한 남자가 나타났다면 그를 포기하고 지금 이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을까?

△가끔 남자가 돈 벌어다주는 ‘유한마담’들이 부럽지만 결국 그런 삶은 치열하지 않아서 싫어. 전에 사귄 남자가 결혼하면 일을 하지 말라고 해서 헤어졌어.

△나이가 좀 드니까 주변에서 여자가 아닌 사회인으로 보더라. 내 기억으로 20대에는 남자들은 (섹스를) 하고 싶어서 난리고, 여자는 10년간 그것을 피해 다니느라 전쟁을 벌여. 이젠 그런 일은 없으니까 편해. 대신 누군가를 사귀면 결혼까지 갈까봐 연애를 함부로 못하겠어.

● 사회적 성공

이들은 여성성을 살린 덕분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페미니즘에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어. 하지만 그 교육적 가치는 아직 인정해야돼. 사람들은 여전히 여자가 약하다는 메시지에 익숙하잖아. ‘여자라서 행복해요’ 하는 카피, ‘여자니까 집안에서 냉장고만 바라보고 있어요’ 이런 뜻 아냐?

△술자리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술 따르라는 것이 꼭 성희롱일까? 화기애애한 분위기라면 괜찮잖아?

△난 남자들에게 술 따르라 하고 엉덩이를 툭툭 치기도 하는데.

△전에는 무조건 ‘남자가 하는 거, 나도 한다’ 했는데, 이젠 무거운 것 들어야 한다면 주변의 남자한테 부탁해.

△여자의 힘은 외유내강이야. 자궁처럼 감싸는 모성의 힘에 남자가 대항하지 못해. 싸울 필요도 없어.

△대신 여자는 좀 의리가 모자라. 그래서 회사에서도 여직원 키워줘도 은혜를 모른다는 말이 나오지.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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