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타임…’ 타임머신 타고 “19세기로 출발”

  • 입력 2004년 3월 26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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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시간여행 가이드/클리퍼드 피코버 지음 구자현 옮김/407쪽 1만2000원 들녘

“시간은 네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네 머릿속에서 시계가 똑딱거린다./네가 생각을 멈추는 순간에/시간도 죽은 듯이 멈추느니.”

17세기 독일의 신비주의자 안젤루스 실레시우스는 정신력으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시간의 흐름을 멈췄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육체는 시간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시간의 흐름을 잡아보려는 인간의 시도는 이렇게 수없이 실패로 끝났지만, 죽음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육체의 시간을 지연시켜 보려는 욕망, 아예 과거로 돌아가 엎질러진 자신의 운명을 다시 추슬러 보려는 인간의 욕구는 아직도 포기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시간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을 타임머신으로 초대한다. 그는 SF소설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시도하면서 시간여행을 위해 필요한 자연과학 지식을 소개한다.

자, 시간여행을 떠나자. 출발장소는 2063년 미국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음악박물관.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이 박물관의 관장이고 ‘당신’의 조수인 베일과 콘스탄차가 이 여행의 동반자다.

“쇼팽의 피아노 연주는 그의 음악만큼이나 절묘했지.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19세기 사람들은 그의 연주를 ‘압권’으로 꼽았다네. 그의 연주는 섬세함과 세련미의 극치였지.”

‘당신’은 쇼팽의 연주를 듣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하다보니 알고 싶은 것,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어떻게 시간의 일정한 흐름을 가로질러 갈 수 있는가?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꿔 놓았다면 이미 역사책에 기록돼 있는 역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저자는 시간여행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상대성이론을 비롯해 철학 역사학 물리학 화학 등 다양한 이론들을 동원해 중간 중간 해설을 붙였다.

시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자연과학의 성과들이 어우러지며 ‘시간’을 탐구해 온 인간들의 성과가 망라된다. 소설 자체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저자가 제공하는 ‘시간’에 대한 지식은 그 수준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정말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언제쯤이나 해 볼 수 있을까? 저자의 안내를 따라 시간여행에 필요한 지식을 익혔다면, 그 다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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