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자연과학]‘여중생의 요절복통 과학실험’

  • 입력 2004년 3월 2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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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의 요절복통 과학실험/세이 구니히코 엮음 김향 옮김/165쪽 7000원 가람기획

“개가 사료를 앞에 두고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개는 4분쯤 후에 침을 흘렸고, ‘안 돼’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9분7초 만에 사료를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비닐주머니에 모아 보았습니다.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볼 작정이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과학 선생님에게 이런 보고서를 낸다면 교실 뒤로 쫓겨나 한 시간쯤 손을 들고 벌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세이 구니히코 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운 실험과 관찰’을 방학과제로 낸 뒤 학생들이 낸 갖가지 우스꽝스러운 보고서 중 의미 있는 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는 ‘은어를 해부한 다음 먹었는데 맛있었다’라는 허무시리즈 같은 보고도 있지만, ‘등산할 때 800m 높이부터 과자봉지가 부푼다’ ‘붉은 생강즙을 닦느라 붉게 물들어버린 행주를 합성세제로 빨았더니 물이 초록색이 되었다’와 같은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굳이 결론을 내지 않아도 좋다. 한번 시도하고 생각해 보았다는 것만으로, ‘야 대단한걸’ 하고 감동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발견이 아닐까”라는 것이 세이 선생님의 말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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