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하게 된 것은 분명히 나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오타와 근교의 한적한 농장에서 살던 내가 1000만명의 인구가 바쁘게 살아 가는 서울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서울로 떠나오기 전 나는 “대도시에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에 흠뻑 빠져 보자”고 결심했다.
가장 먼저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한국미술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종로구 인사동은 한국 미술을 접하는 데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인사동 거리를 지나는데 한 작품전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철망을 소재로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당시 서울에 온 지 채 한 달도 안 됐지만 작품전이 열리는 미술관을 수소문해 찾아가 봤다. 미술관 주인은 친절하게 작품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나중에 작가인 박성태씨의 화실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 줬다. 그의 작품을 한 점 사서 사무실 탁자 위에 놓아 두었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요즘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서울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됐다. 친구들에게서 “한국미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비’와 ‘조화’의 미학이라고 설명해 준다. 빛과 그림자, 가벼움과 무거움, 곡선과 직선 등 상반된 요소들이 한국의 전통미술은 물론 현대미술 속에 조화롭게 녹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캐나다에서는 한국미술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반면 일본미술은 접할 기회가 꽤 많았다. 오타와 교외에서도 일본미술 전시회가 심심찮게 열리곤 했다. 일본미술은 상업화가 잘 돼 있다. ‘예술의 상업화’라고 해서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일본미술 형태인 목판화의 경우 작품 크기가 작아서 수집하기 쉬울 뿐 아니라 가격이 저렴해서 구입하는 데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일본 목판화를 판매하는 사이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소품을 접하면서 다른 나라의 미술을 배우고 관심을 넓혀 나가게 된다. 한국에도 외국인들이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작품 형태가 있었으면 한다.
미술관에서는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한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미술 사랑에 아쉬운 점도 있다. 개인 소장용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옷을 사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마음에 드는 예술품에 투자하는 데는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름다운 작품을 소유함으로써 시각적 즐거움이 배가될 뿐 아니라 ‘미술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은가.
유망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사기 위해 지금도 나는 즐겁게 돈을 모으고 있다.
샐리 조르겐슨 주한 캐나다대사관 농무담당 참사관
약력: 195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몬트리올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했다. 캐나다 외무부, 농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지난해 9월 한국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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