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강현국, “후렴”

후렴

-강인국

큰일났다, 봄이 왔다

비슬산 가는 길이 꿈틀거린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논둑 밑에서

큰일났다, 봄이 왔다 지렁이 굼벵이가 꿈틀거린다

정지할 수 없는 어떤 기막힘이 있어

色쓰는 풀꽃 좀 봐

代木丁丁 딱따구리 봐

봄이 왔다, 큰일났다

가난한 내 사랑도 꿈틀거린다

-시집 '고요의 남쪽(고요아침)'중에서

지렁이, 굼벵이뿐인가? 남산엔 개구리가 돌아왔다더니, 어제는 양재천에서 두꺼비 한 쌍을 보았다. 물 연지 바람 곤지 찍은 암두꺼비가 제 몸피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신랑을 업고 덩실덩실 웅덩이로 가는 것을 보았다. 물가에 버들강아지 짖고, 산수유 꽃봉오리 웃음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온통 ‘色 쓰는 봄’이 꿈틀거린다.

헌데 ‘큰일났다, 봄이 왔다’고 외치는 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졸졸졸 시냇물 반주에 맞추어, 종다리 한껏 목청 높여 사계(四季)의 첫 소절을 읊을 때에, ‘후렴’을 부르는 엇박자 저이는 누구인가? 봄을 두려워하고, 봄을 가로막고, 새싹을 짓밟고, 꽃잎을 찢어버리는 저 컴컴한 후렴의 제목은 무엇이냐?

저 외침이 ‘가난한 내 사랑이 꿈틀’거리는 것에 대한 반어적 기쁨의 표현인 줄을 안다. 알면서도 자꾸만 격앙되는 것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인간사 때문이다. 봄은 후렴을 부를 때가 아니다.

반칠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