菽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叔으로 써, 손으로 콩을 따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 왼쪽의 윗부분은 콩 넝쿨을, 세 점은 콩을 형상화 했다. 오른쪽의 손(又·우)은 간혹 갈퀴로 대체되어 의미를 더욱 강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叔은 이후 叔父(숙부)에서처럼 ‘아재비’라는 뜻으로 가차되어 쓰이게 되는데, 그러자 콩을 나타낼 때에는 艸(풀 초)를 더해 菽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大豆(대두)처럼 콩이라고 할 때 豆를 자주 쓴다. 豆는 원래 아가리가 크고 굽이 높은 祭器(제기)를 말했으나 콩을 豆에 많이 담았던 때문인지 이후 ‘콩’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자 木(나무 목)을 더한 두로 원래 뜻을 나타냈다.
갑골문의 麥(오른쪽 그림)은 來와 같은 근원을 가지는 글자이다. 來는 익은 보리의 모습을 그렸는데, 來가 ‘오다’는 뜻으로 쓰이자 뿌리(치·치)를 더해 麥이 되었다. 來가 ‘오다’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은 가차라는 설도 있지만, 보리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들어 ‘온’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하튼 보리(麥)는 건조한 곳에서도 뿌리를 깊이 내려 잘 자라기 때문에 길게 뻗어 내린 ‘뿌리(치)’를 상징화해 麥으로 표현했다.
麥은 이후 의미가 확장되어 ‘밀’도 뜻하게 되었는데, 밀과 보리는 유사하여 구분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를 大麥(대맥)이라 하고 밀을 小麥(소맥)이라 한다. 麥은 또 麵(국수 면)과 빵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麵은 보리(麥)를 이겨 종잇장처럼 납작하게(面·면) 밀어 만든다는 뜻이 담겼다.
중국어에서는 맥도널드를 ‘마이땅라오(麥當勞)’라고 쓰는데 단순한 음역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이 속에는 ‘빵(麥)은 노동자(勞)에게 알맞은(當) 음식’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노동자 농민의 혁명에 의해 세워진 ‘중화인민공화국’에 대단히 적합한 말이다.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최고의 다국적 기업다운 치밀한 판매 전략이 기묘하게 반영된 번역어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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