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악 그 곳]<5>불가리아 수도원과 민속음악

  • 입력 2004년 3월 31일 18시 14분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불가리아 민속음악(여성 합창)이 태어난 불가리아 정교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릴라 수도원. 수도 소피아에서 120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진제공 불가리아 관광청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불가리아 민속음악(여성 합창)이 태어난 불가리아 정교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릴라 수도원. 수도 소피아에서 120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진제공 불가리아 관광청
불가리아를 아시나요?

불가리아에 대해서는 두 가지만 들어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세계에서 장미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나라다. 불가리아의 심장부에 있는 ‘카잔룩’ 계곡은 일명 ‘장미의 계곡’으로 5월 말∼6월 초에 열리는 장미의 축제는 그야말로 장미의 천국을 연상케 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1500종 이상의 장미를 보고 나면 장미 박사가 될 수도 있다. 전 세계 장미기름의 80%가 여기서 생산된다니 화장품으로 한 병쯤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수함이 돋보이는 불가리아 민속음악이다. 서구의 폴리포닉(多聲)음악 전통에서 불가리아는 첫손가락에 꼽히는 나라이다. 흔히 남성합창음악은 그루지야가, 여성합창음악은 불가리아가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부른다.

필립 쿠테프의 'Polegnala E Todora' (꿈꾸는 테오도라·2:50) 여성합창(듣기 click)
'Music of Bulgaria-Original 1955 Recordinga' (Nonesuch Record·1989. 미국)에 수록.
-연주 Ensemble of he Bulgarian Republic. 지휘 Philip Koutev.

피린지방의 민속 앙상블 'Pirine. Prine' (5:25)(듣기 click)
「Pirin-Bulgarian National Folk Ensemble」(Balkanton Record·1996. 불가리아)에 수록.

불가리아의 매력을 하나만 덧붙인다면 국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수도원과 국민(특히 어머니)의 뿌리 깊은 신앙심(불가리아정교회)이다.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서구의 대중문화와 팝송에 물들어 세대간 간격이 크지만 신앙의 뿌리는 아직도 깊은 편이다.

불가리아정교회의 총본산인 릴라수도원은 수도 소피아에서 1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깊은 신앙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을 안고 있는 남부의 피린산맥의 로젠수도원도 인상 깊은 곳이었다.

우리의 산사(山寺)와 같이 불가리아의 수도원은 깊은 산속에 주로 있다. 진입하는 산림에서 마음이 정화됨을 느끼게 되는 이곳. 방문 자체가 하나의 씻김굿 같았다. 자연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곳이다. 로젠수도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포르투갈 성가대(아마 성지순례 중이었던 것 같다)의 합창. 그것은 공연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찬송이었기에 지금도 내 귀에 천사의 소리로 남아 있다.

‘장미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키잔룩에서 매년 5월 열리는 불가리아 장미축제 풍경. 사진제공 불가리아 관광청

●불가리아 음악

이 나라의 음악은 기독교 및 비잔틴문화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발전했다. 9세기에 전래된 기독교의 성가가 이 나라 음악의 시작이다. 18세기까지는 교회음악이 주류였으나 19세기 터키로부터 해방된 후 민속음악에 관한 연구와 클래식음악의 발전이 병행하게 되었다.

교회 음악의 폴리포닉한 전통에 민속음악을 결합시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불가리안 보이스’를 만들어낸 이는 필립 쿠테프(1903∼82)였다. 그는 불가리아 전국의 민속음악과 춤음악을 수집 채보하는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불가리아의 합창을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였다. 그 결과 1951년 여성앙상블 결성 후 가진 파리공연은 불가리아 여성합창의 매력을 널리 알리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전통에 힘입어 쿠테프가 서거한 80년대에 불가리아 음악은 본격적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1987년 미국에서 출반된 ‘신비스러운 불가리아의 성악’이라는 세트 음반의 호응은 매우 컸다. 이후 불가리아 음악은 자신들의 음악유산에 현대성을 가미해 새로운 ‘폴크로아(Folklore·민속음악)’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테프의 여성합창으로 듣는 ‘꿈꾸는 데오도라’는 청순한 처녀 데오도라의 꿈이 듣는 이의 가슴으로 전이되는 듯하고 피린지역 여성앙상블로 듣는 ‘피린, 피린이여’는 피린산맥의 아름다운 계곡이 눈앞에 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에서 합창음악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추천 음반

필립 쿠데프의 오리지널 녹음을 CD로 구할 수 있다.

①‘Music of Bulgaria-Original 1955 Recordings’(Nonesuch Record·1989·미국)

-연주 Ensemble of the Bulgarian Republic, 지휘 필립 쿠테프

②‘Le Mystere des Voix Bulgares’(Nonesuch Record·1988·미국) 3CD.

③‘Pirin-불가리아 국립 포크 앙상블’(Balkanton Record·1996·불가리아)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그 음악 그곳’에 소개된 음악은 동아닷컴(www.donga.com) 기자칼럼 ‘조성하의 e편한여행’ 중 ‘소리가 있는 풍경’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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