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신부의 이같은 발언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3월 31일자)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정국과 광화문 집회, 그리고 송두율 교수에게 ‘안중근평화상’을 수여한 일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던 중 나왔다.
함 신부는 이날 “촛불집회는 장엄한 기도”였다면서 “김 추기경은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김 추기경께 정보를 건네주는 분들의 한계다. 그분의 ‘참으라’는 말씀은 불의한 독재시대에 권력자들이 늘 했던 표현이다. 그분의 사고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함신부는 이미 지난달 25일자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수환 추기경의 의견도 여러 의견 중의 하나다. 그냥 연세 드신 분의 말씀이라고 단순하게 여기면 된다”며 “그 분이 한때 높이 평가받았지만 누구나 사람은 한계가 있다”고 말해 한차례 논란이 일었었다.
함 신부의 이같은 잇단 발언이 천주교계 지도부와 김 추기경을 겨냥한 적극적 비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교단의 분위기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것.
네티즌들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존경받는 고위성직자에게 할말은 아니다”고 함신부를 비난하는가 하면 “함세웅 신부야말로 진정한 추기경”이라고 칭송하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뚜란도뜨’라는 네티즌은 “함신부의 발언은 사랑과 화합과는 거리가 먼 정치선동으로, 신자로서 자괴감을 느꼈다”며 “김 추기경은 권위주의시대 몸을 아끼지 않고 ‘진실’을 설파하고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했던 분이다. 그의 충정이 매도당하는 현실도 안타까운데 오히려 함신부는 ‘확인사살’을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gayatradin’라는 네티즌은 “이것이 시대의 흐름인가? 촛불시위 하는 젊은 세대는 부모더러 수구꼴통이라 하고 신부는 추기경보고 시대착오적이라 한다”면서 “서너 집 걸러 한집이 신용불량 상태임에도 말만 꺼내면 상대방 물어뜯기등 난장판이니 언제 다른나라 경제성장을 따라가겠나”라고 개탄했다.
반면 ‘daniel1121는 “추기경의 그간 발언에서 곤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는데 이번 함 신부의 말씀을 듣고 깊은 감복을 받았다”며 “점점 보수화되어가는 천주교단과는 달리 정의사회구현사제단 신부들의 모습에서 개혁과 민중으로 다가서려는 교회의 일면을 볼 수 있어 안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김 추기경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이 “천주교가 제대로 되려면 김 추기경부터 몰아내야 한다(ksyongbs)”고 말하자 다른 네티즌은 “김 추기경은 그 동안 기회주의자 행세하면서 국가원로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때는 부정한 정권이기에 가능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그의 자리가 없어졌다(blusong)”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한편 함 신부는 이날 인터뷰에서 동아-조선-중앙을 향해서 “그 신문을 보면 오히려 머리와 눈이 흐려지고 때가 묻을 것 같다”고 비난하고, 4.15총선과 관련해선 “이번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이 ‘열린 보수’로 평가되고 민노당은 ‘건강 진보’로 평가되길 바란다.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에 속한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소수로 전락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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