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카퍼필드 “꿈을 현실로…마술은 곧 희망”

  • 입력 2004년 4월 1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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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마술사라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신나는 상상이다.

데이비드 카퍼필드(48). 실제 마술계에서 세계 최고의 공연 흥행기록을 가진 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프로답게 그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을 꼽는다.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간절히 소망하는 그 무엇이 꼭 이루어진다는 꿈을 가져다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꿈들을 무대에서뿐 아니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교육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여년째 비영리 재활단체를 운영해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다음달 26일부터 5일간 방한 공연을 갖기에 앞서 동아일보 위크엔드 ‘스타애장품 Give & 기부’에 자신의 소장품(바지와 구두)과 공연티켓을 보내왔다. 한국의 결식어린이를 돕고 싶다는 뜻과 함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의 마술세계와 마술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 환상을 통한 체험

1968년 12세때 세계 최연소 마술사로 데뷔(맨 위), 1983년 매직쇼 5탄=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하는 마술(두번째), 1986년 매직쇼 8탄=카퍼필드 본인이 중국의 만리장성 성벽을 뚫고 통과하는 마술(세번째), 1990년 매직쇼 12탄=카퍼필드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이빙해 살아나오는 마술(네번째), 1991년 매직쇼 13탄=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기차를 공중에 부양해 사라지게 하는 마술(맨 아래). 사진제공=서울예술기획

12세 때 최연소 마술사로 데뷔해 올해로 마술인생 36년을 맞는 그는 “마술은 그냥 보고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술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뭔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잃었던 희망이나 꿈을 찾아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환상을 통한 마술체험으로 말이죠.”

그래서 그의 마술공연엔 관객이 직접 참가하는 체험코너가 많다. 무대 위에 올라가 공중을 날기도 하고, 잠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등의…. 이런 마술들은 보통 사람들의 황당하지만, 있을 수 있는 평범한 바람을 이뤄주는 것이다. 서울공연에서는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꿈을 담아 ‘로또’ 숫자 맞히기 마술도 새로 선보인다.

“마술은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환상이죠. 그것을 즐기며 잠시나마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죠. 연구나 분석은 사절합니다.”

10여 년 전 이런 체험마술을 시작하면서 공연이름에 ‘매직(마술)’ 대신 ‘일루전(환상)’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이런 의미가 있다. 그 이전까지는 주로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거나 만리장성을 뚫고 지나가는 등 세계의 대형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규모의 마술’을 주로 보였다.

일부에선 그의 마술을 ‘눈속임’이라고 비판한다. 또 미국에선 그의 마술 기법을 파헤치는 TV프로그램도 인기다. 집요하게 허점을 찾아내려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꿈’을 지켜내기 위해 그는 “하나의 마술을 개발하는 데 평균 2년반을 투자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마술이라도 구체적인 수법을 4, 5가지씩 준비한다.

○“장애인 재활교육 돕고 싶어”

그가 가장 힘을 쏟아온 마술 중 하나는 ‘프로젝트 매직’이다. 이는 장애인들의 재활이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마술교육 프로그램.

그가 82년부터 개발해온 마술교육 기법은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니얼프리먼 병원 등 30개국 1100여개 병원과 재활센터 등에서 재활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재미있고 간단한 마술 동작을 배우려 애쓰다 보면 직접 신체 근육을 움직임으로써 재활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고무줄을 손가락 사이로 감쪽같이 이동시키는 마술은 손가락 재활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마술을 선보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교적이 되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효과도 있다. 마술을 통해 이들에게 꿈과 재미, 재활효과를 동시에 주는 특별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번 방한기간에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국 장애인들과 만나 마술을 통한 재활교육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의 몇몇 의료기관과 협의 중이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5월 한국공연 뭘 선보이나▼

그의 한국공연은 1990년 이후 14년 만이다. 모두 12가지 마술이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미공개 마술 등 새로운 마술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올 처음 선보이는 마술=관객이 생각한 숫자를 알아맞히는 ‘로또’ 게임이나 관객이 들고 있는 카드그림의 모양을 바꾸는 ‘문라이즈’. 이 밖에도 미공개 마술 3종류가 소개된다.

▽관객과 함께 하는 마술=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마술만 4가지. 관객이 무대 위 소파에 앉으면 공중에 띄우는 ‘소파’ 마술 등. 이 마술은 99년 처음 선보인 이래 관객들에게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어왔다.

▽추억의 공연=90년 내한공연 당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마술 3가지를 앙코르 공연한다. 모두 카퍼필드 본인이 대상이 되는 마술들. 오토바이를 타거나 거대한 환기팬을 지나는 순간 연기로 변하는 마술, 거대한 톱니바퀴에 몸이 둘로 나뉘는 마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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