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레저 제안]이랴~ 마(馬)상천하 유아독존 ‘승마’

  • 입력 2004년 4월 1일 17시 19분


평보로 느긋하게 승마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말과 하나가 돼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간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평보로 느긋하게 승마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말과 하나가 돼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간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로저 무어 주연의 영화 ‘기적’을 보면 주인공이 새하얀 백마를 타고 인도의 초원을 누비는 장면이 나온다. 꼭 영화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말을 타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놀이동산의 조랑말로 만족하는 사람이 대부분.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서, 혼자 가기 뭐해서, 배우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결심을 하고 승마장에 도착하니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배우기 어렵지도 않았다.

장벽은 마음속에 있었을 뿐이다. 이번 주말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산길을 ‘말 달려’ 보는 것은 어떨까.

○ 왕초보는 이런 교육부터

기자가 찾은 곳은 경기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에 위치한 김포승마클럽(www.sungma.co.kr).

8000여평의 넓은 부지에 실내, 실외 마장과 10km의 외승코스(승마장 외곽 산길)가 갖춰져 있다. 말을 타기 위해서는 기본교육을 받아야 한다. 1회 교육은 30여분에 걸친 이론교육(영상물 상영)과 45분간의 실습으로 구성돼 있다.

혼자서 말을 몰고 산길을 다니는 수준까지 이르려면 주 2회씩 3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연간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초보자들은 쿠폰(8회 32만원)을 이용해도 좋다. 초보자는 운동하기 편한 옷과 장갑(종류 상관없음)만 준비하면 안전모, 부츠 등 기본 장비는 승마장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또 10∼30인 단체는 1인당 2만5000원, 30인 이상은 2만원에 승마를 할 수 있으며 개인과 달리 1회 이용이 가능하다.

승마장은 대한승마협회에 등록된 허가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허가 업체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 말과 혼연일체

말에 올라타는 법, 앉을 때의 자세, 걷고 멈추게 하는 요령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승마의 장점 중 하나가 지루한 이론교육이 적다는 점이다. △두 손으로 안장 앞부분을 잡고 △왼발을 등자쇠에 끼운 뒤 △체중을 왼발에 실어 올라서 앉으면 OK.

앉은 자세는 △어깨를 숙이거나 너무 뒤로 젖히지 말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두 다리를 말의 몸통에 밀착시키고 △말의 움직임에 따른 반동에 몸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도록 균형을 유지하면 된다.

말은 승마자의 신호에 따라 평보, 속보, 구보 등으로 뛰지만 초보자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 훈련이 잘 돼 있어 고삐를 살짝 잡아당기거나 살짝 다리로 몸통을 박차도 알아서 서거나 뛰기를 반복한다.

초보자가 가장 신경 쓸 부분은 말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 보통 1회 교육이면 평보와 속보를 어색하나마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

평보는 쉽게 말하면 사극에서 대감이나 임금이 말을 타고 천천히 행차하는 정도의 속도를 생각하면 된다.

○ 뛰는 건 말인데…

40분 정도 마장을 계속해서 돌다보니 어느새 땀이 흥건해졌다. 말을 타고 있을 뿐인데 무슨 운동이 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흔들리는 말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은 엄청난 운동량을 수반했다.

물론 직접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도 차왔다.

처음 타는 사람의 경우 승마 전에는 “더 타게 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막상 타보고 나면 힘이 들어 40분 이상을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상상이 안 간다면 쿵후 영화에 나오는 ‘기마자세’로 40여분을 버티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멈추는 법은 고삐를 두 손으로 끌어당기면 되고 뛰는 속도는 두 다리로 몸통을 차는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세게 찰수록 더 빨리 뛴다.

갑자기 말이 놀라 요동을 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 워낙 훈련이 잘 돼 있는데다 초보자는 다리 힘이 없어 아무리 세게 차도 실제 말이 받는 느낌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걷기에서 조금 뛰게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방향전환도 왼쪽 고삐를 당기면 왼쪽으로, 오른쪽 고삐를 당기면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차라리 멈추게 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말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힘을 줘서 당겨야하는데 힘 조절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애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말이 멈췄다.

코치에게 “이렇게 하면 되나요”라며 의기양양해 하는데 코치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 누고 있어요.”

말에서 내리고 나니 고삐를 잡은 팔의 안쪽 근육과 배, 다리 안쪽 근육이 흡사 윗몸일으키기를 심하게 했을 때처럼 매우 당겨왔다.

초보자는 안전을 위해 고삐만 잡게 하지 않고 고삐와 함께 안장 위의 끈을 잡도록 하는데 떨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새 필사적으로 힘을 줘 끈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승마는 5세 이상이면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또한 모든 승마대회는 남녀의 구별이 없다.

전국 승마장 현황
삼광승마클럽경기 포천시031-533-5002
운악승마클럽경기 포천시031-532-3732
신갈승마클럽경기 용인시031-286-6490
용인승마클럽경기 용인시031-333-3359
양지승마클럽경기 용인시031-321-2255
일산승마클럽경기 고양시031-977-0227
두미울목장강원 평창군033-336-4445
전북장수월곡승마장전북 장수군063-353-2436
충북승마협회충북 청주시043-296-0481
경남승마협회부산 기장군051-740-5641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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