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인 테스 박사(제이미 리 커티스)는 고교생 딸 애나(린제이 로한)와 늘 티격태격한다. 옷 고르는 눈과 음악적 취미는 물론 남자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목요일 저녁, 중국식당을 찾은 모녀는 또 한 번 충돌한다. 엄마의 재혼식 리허설과 애나의 록 밴드 오디션이 같은 날로 겹치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재혼이냐, 딸의 꿈이냐. 식당에서 주는 행운의 쿠키 안에 든 알쏭달쏭한 메시지를 읽고 난 모녀는 다음날 아침 서로의 몸이 뒤바뀐 사실에 경악한다. 악몽의 금요일이 시작된다.
통상적으로 신체 뒤바뀜 영화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주제를 내세우지만 관객의 관음증적 욕구를 콕 찔러 자극하는 경우도 많다. 이 영화는 이런 유혹을 벗어난다.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제목(freaky·황당한)과 달리 웃음과 감동을 절묘하게 저울질하며 최대 공약수를 뽑아낸다.
딸(사실은 엄마의 모습을 지닌)에게 키스를 퍼부으려는 새 아빠, 여자 친구의 엄마(딸의 모습을 한)에게 뜨거운 사랑 공세를 펼치는 멋진 남자친구. 이들이 가끔 위기의 순간을 맞지만, 가족애라는 열선(熱線)을 함부로 넘어서는 일탈은 없다.
이 영화 속 디테일은 아름답고 힘이 있다. 딸이 된 어머니는 딸이 배꼽 피어싱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는 당연한 말을 딸이 왜 지키기 어려웠는지를 딸보다 더 절실하게 느낀다. 어머니가 된 딸은 엄마의 시력이 이젠 돋보기를 써야 할 정도로 희미해진 사실과 함께 남동생과 새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된다.
영화 속 디테일들은 진기명기에 치중하지 않고 상대의 작지만 소중한 취향과 사정을 이해하는 모세혈관과 같은 통로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응축시켰다가 확 풀어헤치며 터뜨린다. 살금살금 올라가던 감정 곡선은 엄마의 재혼식 리허설과 딸의 록 밴드 오디션이 겹치는 순간 극대치를 가리킨다. 이후 모든 갈등과 위기가 한달음에 수습되는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 강박’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1976년 만들어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에서는 당시 14세의 조디 포스터가 딸 역으로 출연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의 몸매는 ‘트루 라이즈’에서의 고무처럼 탄력적이던 모습에 비하면 놀랍도록 불어났지만, 야릇한 모성애를 자극한다. 전체 관람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몸이 뒤바뀐 비슷한 영화들▼
▽마법의 이중주(1988·미국)=아버지와 아들이 바뀐다. 아들이 된 아버지는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물과 헤비메탈 사운드에 시달리고, 아들은 정치 싸움과 황당한 섹스에 당황한다.
▽핫 칙(2002·미국)=제시카는 골동품 가게에서 주술이 담긴 귀걸이를 구한다. 좀도둑 클라이브가 제시카의 귀걸이를 손에 넣자 두 사람의 몸이 서로 바뀐다.
▽키스의 전주곡(1992·미국)=섹시한 여인 리타는 자신의 결혼식 날 축하의 키스를 건네준 한 노인과 영혼이 뒤바뀐다. 노인으로 살아본 리타는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체인지(1997·한국)=문제아 대호와 모범생 은비는 하굣길에 벼락을 맞아 몸이 뒤바뀐다. 대호는 모범생 체험을 하고 은비는 낙제를 해보면서 서로를 이해한다.
클라이브가 된 제시카는 게이 취급을 받는다.▽스위치(1991·미국)=바람둥이 스티브는 자신이 버린 여성들에게 살해된 뒤 섹시한 여성 아만다로 다시 태어난다. 스티브는 점차 여성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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