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미궁에 빠진…’ 역사의 이면에 숨은 ‘검은진실’

  • 입력 2004년 4월 2일 17시 15분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이종인 옮김/588쪽 1만8000원 이마고 펴냄

널리 알려진 음모론 100가지를 모았다. 미국과 관련된 게 많다. 몇몇 음모론은 음모의 배후로 외계인이나 소문 속의 비밀결사를 제시하는 등 꽤 황당하다. 하지만 책 전체를 보면 음모론마다 반론을 제시해 놓는 등 나름의 균형을 갖췄다.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근거 있는 음모론들도 몇몇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 암살 배후를 취재하던 미국 여기자 도로시 킬갈렌의 사망(1965년) 관련 음모론이 그렇다.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자살로 결론 내려졌다. 하지만 숨지기 전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자주 쓰던 독서용 안경은 멀리 떨어져 있어 ‘아귀’가 안 맞았다. 그녀는 침대에 들기 전 화장을 지우지만 사망 당시 화장한 채였다. 더욱이 암살 배후를 깊게 취재해 출간하려던 차에 숨졌다. 얼마 후 그녀의 친구도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지은이는 ‘먼저 떠오른 용의자’로 음모론의 세계에서 케네디 전 미 대통령 암살 배후로 거론되곤 하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마피아 등을 꼽았다.

이외에 외계인의 존재, 역사적 사건의 실체, 의문의 장소들, 비밀기관, 갖가지 기술의 탄생 배후 등을 테마로 음모론들을 풀어놓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실들이 틀린 대목도 있다. 책에서는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이 킬갈렌 기자 뒷조사를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재임기는 1929∼33년이다. 에드거 후버 전 FBI 국장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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