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실][자연과학]그림으로 풀어내는 신비한 과학이야기

  • 입력 2004년 4월 2일 17시 39분


◇생명의 파노라마/말론 호아글랜드 글 버트 도드슨 그림 황현숙 옮김/228쪽 2만5000원 사이언스북스

4월은 신록이 눈부신 달이다. 인디언 달력에 의하면 4월은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며,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이다.

학교에서의 4월은 ‘과학의 달’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글라이더를 날리고 과학 상상화를 그리며 과학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과학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친구처럼 곁에 두기에는 과학이 여전히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지만 요즘처럼 질 높은 과학책이 많이 나오는 현실에서 과학에 접근하기는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우리 학교도서관에서도 ‘과학의 달’을 맞이해 책을 골랐다. 이 책 ‘생명의 파노라마’는 중학생에게 과학 친구로 소개하기에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우선순위에서 밀린 책이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을 찾는 미래의 과학도에게는 꼭 권하는 책이다.

‘생명의 파노라마’는 과학을 사랑하는 생물학자와 화가의 공동 작품이다. 생물의 통일성에 매료된 두 사람은 서로 교사와 학생이 되어 설명하고, 질문하고, 연구하고, 논쟁하며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나서 자라고 번식하며 더불어 살아가는지’를 한 권의 책에서 보여주었다. 우리는 놀랍도록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 에너지와 유전자, 생명 장치와 피드백, 그리고 발생과 진화로 이어지는 각 장은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나는 읽다 말고 책을 쥐고 있던 손을, 피부를, 그 속에 약동하는 수많은 생명의 요소를 경이로운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며 지구상의 생물을 존속시키는 기본 구조와 공통의 메커니즘이 체득되는 책읽기, 경탄의 독서 체험이었다.

방대한 생물학을 이처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일러스트의 덕이다. 글과 그림이 행복하게 만나고, 때로는 글이 그림의 보조수단으로 기능하면서 까다로운 내용이 친숙하게 전달된다. 에너지 흐름과 평형을 커피에 프림이 섞였다가 퍼지는 것으로 설명하거나, 세포의 조절을 비행기의 조립 공장에 빗대어 표현하는 비유는 그림과 어우러져 독자를 더욱 재미있고 알기 쉽게 안내한다.

그러나 이 책의 복잡하고 깊이 있는 대목은 때로 소설적 읽기에 익숙한 중학생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과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책을 본 뒤 “그림책 같은데 모르는 게 더 많다”고 평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생물에세이’(동녘)나 ‘진화를 잡아라’(궁리) ‘종의 기원-자연 선택의 신비를 밝히다’(사계절)를 권하면서 과학의 달을 보내려고 한다.

서미선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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