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라는 자신의 저서 증보판을 내며 따로 한 장을 마련해 “최근 오원 장승업이나 완당 김정희 등의 특별전에 전시되는 그림과 글씨의 절반 이상을 위작들이 차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0년 서울대 박물관에서 기획했던 장승업 전시회와 2002년 10월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추사명품전’ 등에서 상당수의 위작이 진품으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석파 이하응, 우봉 조희룡, 능호관 이인상의 작품 중 상당수가 각종 책과 전시회를 통해 위작에서 진작(眞作)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고미술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저서 ‘화인열전’(전2권)과 ‘완당평전’(전3권)에 실린 작품들을 집중 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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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화인열전’ 제2권 표지에 실린 단원 김홍도의 자화상(평양조선미술박물관 소장)이 위작이며, ‘완당평전’에 실린 160점의 글씨 중 ‘명선(茗禪·간송미술관 소장)’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개인 소장)’ 등 절반가량이 김정희의 글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완당평전’ 제3권 표지에 실린 서예작품 ‘선게비불 이장비유(禪偈非佛 理障非儒·간송미술관 소장)’도 진작이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교수는 “위창 오세창 선생도, 간송 전형필 선생도 위작을 수집한 것이 더러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전시회 출품작의 70∼80%가 위작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처럼 위작과 진작이 구별되지 않음에 따라 미술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몇몇 젊은 학자들은 그러한 위작을 갖고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했다.
그는 “21세기에 들어서서 미술사학은 뿌리부터 썩어가면서 천박한 학문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내가 알고도 침묵한다면 나 자신은 물론 예술가와 연구자, 나아가 이 시대를 기만하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거명된 작품은 나 혼자만 감식한 게 아니라 과거의 기록과 미술사 전공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회화사가 아니라 불상을 전공하신 분께서 자신의 심미안만 갖고 하신 말씀이라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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