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축제, 대곡의 웅장함 - 세계수준 협연 ‘감동 2배’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41분


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04 교향악 축제 셋째날 연주에서 이동호가 지휘하는 제주시향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블타바(몰다우)강’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04 교향악 축제 셋째날 연주에서 이동호가 지휘하는 제주시향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블타바(몰다우)강’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음악 중의 음악이요, 작품 자체가 하나의 ‘우주’에 비유되는 교향악. 그러나 독주자에 열광하는 국내 음악계의 기형적 상황에서 활동 중인 한국의 교향악단들은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어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16년을 이어온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는 열악한 국내 현실에서도 교향악의 위대함을 전파해 온 일등공신이었다. ‘교향악 그 웅장함을 노래하자!’를 주제로 내건 2004 교향악축제는 어느 해보다 대곡이 즐비한 음악 잔치를 펼치고 있다.

1일 개막연주회를 장식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바그너의 ‘링 시리즈’ 하이라이트로 축제의 팡파르를 울렸다. ‘숲의 속삭임’에서는 그야말로 천첩옥산(千疊玉山)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 각양각색의 악기가 목청을 높였다. 아쉬움도 남았다. 과거 국내 제일의 민간 교향악단으로 꼽히던 코리안 심포니의 관(管) 파트는 그 빛이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다음 날 박탕 조르다니아가 지휘한 대구시향의 앙상블은 2년 전보다 좋아졌으나 역시 지휘자 마르티노프, 마데이로 이어졌던 전성기의 ‘대구 사운드’를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을 연주할 때 전기로 증폭한 오르간과 오케스트라의 밸런스가 망가지기 일쑤였다. 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설치에 대한 열망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었다.

3일 제주시향은 3시간에 가까운 연주시간 내내 지휘자 이동호와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 연주시간 70분이 넘는 체코 민족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은 제주인들의 아픈 과거로 기억되는 ‘4월 3일’에 연주돼 한층 비장미를 더했다.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는 예전부터 바람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지혜를 터득했다. 인간의 숨결로 소리 내는 관악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제주 사람들은 9년째 ‘제주국제관악제’라는 권위 있는 축제를 열어오고 있다.

최근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 녹음으로 일취월장하고 있는 서울 강남 심포니는 4일 저녁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으로 그동안 연마한 실력을 과시했다.

이번 축제에 초청된 협연자들의 면면은 가히 세계 수준이라 할 만하다. 첫날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의 웅혼한 연주는 압권이었으며, 이용규는 난곡인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자유자재로 요리할 만큼 대가의 길로 들어섰다.

수준 높은 연주에 비해 객석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코리안 타임’이 어김없이 적용된 개막일, 연주회가 시작된 뒤 들어온 일부 청중들은 연주 분위기를 크게 훼손시켰다. 공짜 표를 들고 온 관객들은 협연 무대만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곤 했다. ‘2004 교향악축제’는 10일까지 계속된다.

유혁준 음악평론가·경인방송 프로듀서

poetandlove@hanmail.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