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니가 좋다”는 편지를 보내며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남자’임을 주장하는 여민(김석)과 ‘이름을 밝힐 수 있는 여자’ 우림(이세영). 여민이 우림의 역성을 들자 “내가 더 맞았다”며 울어버리는 금복(나아현).
영화는 1970년대 궁핍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가족애와 20대 연인의 사랑 코드를 닮은 아역들의 ‘삼각 사랑’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극중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생 아홉 살로 등장하지만 실제는 열두 살 동갑내기로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대구 서울에서 4개월간 실시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오디션 참가자는 1500여명이었다.
김석의 연기 경력은 8년. 1997년 ‘넘버 3’에서 한석규의 아들로 등장한 뒤 ‘날마다 행복해’ ‘킬리만자로’ ‘도둑맞곤 못 살아’에 출연했다.
‘아홉살…’에서는 담임선생(안내상)에게 무려 서른한 대를 맞으면서도 NG 없이 촬영을 끝낸 뒤 응급실에 실려 가는 근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세영은 최근 개봉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와 ‘아홉살…’에 겹치기 출연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연기 경력 10년.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금영의 아역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고독이…’에서 시골소녀 역을 맡아 촬영하느라 얼굴이 까맣게 타자 ‘아홉살…’ 촬영을 위해 미백 효과가 있다는 녹차 티백을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나아현은 ‘아홉살…’이 데뷔작. 부산 출신으로 촬영장에서 정선경 안내상 등 성인배우들의 ‘사투리 선생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이 밖에 ‘집으로…’의 유승호(11), ‘선생 김봉두’의 이재응(13), ‘폰’의 은서우(8) 등 몇몇 아역 배우는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집으로…’를 통해 대종상 최연소 신인 남자배우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던 유승호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아빠하고 나하고’에서 다시 주연을 맡았다.
‘선생…’에서 회초리를 맞는 소석으로 출연했던 이재응은 ‘살인의 추억’ 이후 ‘효자동 이발사’(5월 개봉),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추석 개봉 예정)에 캐스팅됐다.
‘꽃피는…’의 투자, 배급사인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과거에는 아역 배우들이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등장했지만 요즘에는 주역을 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가족영화라는 장르가 흥행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역 배우의 개런티는 유명세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아홉살…’에서 아역 배우들은 주역급일 경우 500만∼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사 드라마의 경우 고등학생까지는 극중에서 대학생으로 나와도 출연료가 아역 등급(1∼5등급)으로 분류돼 회당 4만∼8만원 수준이다.
연기학원과 매니지먼트사를 겸하고 있는 ‘MTM’의 이기만 차장은 “부모의 성화보다는 아이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원해 배우가 되는 경우가 80∼90%에 이른다”며 “본인이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1편 찍는 데만 7, 8개월이 걸리는 영화 촬영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방송문화원’ ‘MBC아카데미’ ‘서울문화예술원’ 등을 통해 일정기간 연기교육을 받은 아역 배우 지망생은 한 해 1000여명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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