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세계의 시장/터키 이스탄불의 그랑바자

  • 입력 2004년 4월 8일 16시 31분


그랑바자의 내부. 화려한 문양의 천정 돔이 이채롭다. 이스탄불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아래 작은 사진 왼쪽) 와 쇼핑에 열중하는 관광객들(오른쪽). 사진제공 월드콤

그랑바자의 내부. 화려한 문양의 천정 돔이 이채롭다. 이스탄불 시내를 운행하는 전차(아래 작은 사진 왼쪽) 와 쇼핑에 열중하는 관광객들(오른쪽). 사진제공 월드콤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쓴 지중해 기행(원제 ‘시인의 시장’)은 덴마크를 출발해 터키와 흑해를 거쳐 다뉴브 강을 거슬러 돌아온 약 9개월간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여기서 그는 특히 터키를 여행할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신비로웠다며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터키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옛이름)에 가면 그랑바자에 꼭 한 번 들러봐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구경거리와 화려함과 떠들썩함이 가히 압도적이다. 동서양이 이곳에서 거대한 장을 벌인다. 그만한 군중과 다채로운 의상, 다양한 상품들은 다른 어디를 가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로부터 약 160년. 도시 이름만 이스탄불로 바뀌었을 뿐 그랑바자는 모든 것이 안데르센이 본 그대로 남아 있다.

○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

터키의 관광명물 그랑바자는 원래 터키어로 ‘카팔르 차르시’, 즉 지붕이 있는 시장이란 의미로 불렸다. 중국에서 시작된 육상 실크로드의 종착점이자 해상 실크로드의 시발점인 이곳은 1461년 술탄 마호메드 2세의 명령으로 만들어졌다. 서쪽에는 이스탄불 대학, 남쪽에 베야짓 사원이 있다.

그랑바자는 그 이름처럼 천장이 커다란 돔형으로, 그 안에 5000여개의 상점들이 들어 있다. 면적만 약 6만평. 100여개가 넘는 출입문에 수백 여 개의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자칫 길을 잃기 쉽다. 이곳에서 수 십 년간 일한 상인들도 복잡하다고 고개를 흔들 정도.

하지만 대개 같은 품목끼리 어울려있어 요령을 알면 비교적 손쉽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부분은 중심부에 있는 베데스덴 올드 바자로, 내력 있는 골동품 가게나 금은 세공점이 많다. 그 밖의 건물들은 화재나 지진으로 무너졌다가 1893년 재건된 것들이 많다.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인 셈이다.

그랑바자에서는 정교하게 짠 페르시아 카펫에서 항신료, 향미야채, 비단, 청동장신구, 가죽제품, 수공예품 등 모든 물건들이 거래된다. 터키 민속악기인 사즈를 직접 연주하며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 구경도 재미있다.

또 카파도키아의 바위로 만든 버섯 바위 미니어처라든지 이슬람 문명과 오스만 튀르크의 세밀화나 타일무늬, 융단무늬를 그려 넣은 편지지나 카드도 화려한 빛깔로 시선을 끈다. 낙타 뼈를 가공해서 만든 연필 케이스, 대리석을 깎아 만든 미니어처, 전통 부적인 나자르 봉주까지 없는 것이 없다.

옛날과 다른 것이라면 하렘에 팔 여자 노예만 없을 뿐이다.

○ 터키다운 온갖 토산품들

그랑바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볼거리는 단연 카펫이다.

유목민 생활에 필수적이었던 카펫은 이 나라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특히 키림이라 불리는 평직천, 동물무늬가 들어가고 짜는 방법이 다른 스마크가 유명하다.

아름다운 무늬와 배색으로 각 부족특유의 문양을 새겨 넣은 이 카펫들은 실크나 울 제품으로 만든다. 실크의 경우 크기가 작은 것도 제작에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은 편.

그랑바자에는 카펫 상점들이 즐비하다. 상점에 따라 취급하는 산지와 공방이 다르기 때문에 품질도 차이가 많이 난다. 제대로 된 카펫을 고르려면 우선 박물관에 가서 진품에 대한 감을 익혀놓고 상점에선 제일 비싼 것과 제일 싼 것을 보여 달라고 해서 안목을 넓힌 후 고르는 게 현명하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의 시선을 끄는 물건은 염주와 물담배, 그리고 코란이다. 염주는 흰색과 검은색, 붉은 색 등 색상이 다양하다. 몇 세대에 걸쳐 염주제조 기술을 전수받은 장인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많다. 관광객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기념품으로 사기도 한다.

물담배는 워낙 부피가 커서 쉽게 살 수 있는 토산품은 아니지만 이를 미니어처 형식으로 만든 제품들이 인기 있다. 수증기를 이용해 피우는 물담배는 호스처럼 긴 키세루(담뱃대)를 물고 천천히 빨아들여 용기에 담긴 물에 거품이 나는 걸 즐기며 핀다.

터키인들은 집보다는 차이하네(노천카페)에서 임대해서 피우곤 한다. 관광객들이 재미삼아 피워보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순한 편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랑바자에서는 색다른 미각체험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벌꿀을 바른 아랍풍의 과자인 바크라와와 음료용 피크루스 가게에서 맛보는 얼음음료, ‘라이온 밀크’라고 불릴 정도로 독한 술 라크는 독특하고도 신비한 맛이다.

따끈한 ‘차이’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그랑바자의 멋진 풍경, 그리고 연이어 떠오르는 하렘과 아라비안나이트의 몽환적인 풍경들. 이곳을 걷다보면 여느 관광지와는 확실히 다른 이색공간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정현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이스탄불 쇼핑정보▼

▽찾아가는 길=터키까지는 직항편을 이용해서 갈 수 있다. 터키항공(02-777-7055, 02-757-0280 ,www.turkishairlines.co.kr)이 직항편(주 2회 소요시간 약 11시간 월, 토요일 출발)이 있다.

▽쇼핑정보=바자에서는 가격을 흥정할 필요가 있다. 정찰 판매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흥정에 따라서는 덤이나 가격할인을 받을 수 있다. 상점에 따라서는 2, 3배 이상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 곳을 돌아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매일 오전 8시에서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종교적인 휴일(사탕제와 희생제)의 첫날부터 3일간, 그리고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기타 정보=터키 여행정보는 터키 관광국(www.turizm.gov.tr/english)과 터키에 관한 포털사이트(www.turkeytour.co.kr)에서 얻을 수 있다.

▽문의=주한 터키대사관(02-794-0255, www.turkey.ko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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