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화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두샨투오’다. 두샨투오란 1998년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5억7000만년 전의 바다퇴적물층.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명 빅뱅’ 이론과 배치되는 증거들을 이 지층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굴드는 캐나다 ‘버제스 셸’의 캄브리아기 지층을 조사한 결과 이 시기에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빅뱅’을 겪었다고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두샨투오 지층은 캄브리아기 이전의 선(先)캄브리아기에도 충분히 많은 수의 동물종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 따끈따끈한 사실은 아직도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생물교과서에 실리지 못한 채 연구자들의 뉴스망에서만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올해 독일어판 원서가 출간된 이 책은 외견상 흔한 ‘진화론 에세이’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진화생물학의 최신 성과들을 가득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진화개론서’들과는 전혀 다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진화론 역시 진화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새는 공룡의 후손인가? 최신 발견은 새가 공룡과 공존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99년 미국 생물학자 존 루벤스와 테리 존스는 순회전시 중이던 중앙아시아의 파충류 화석에서 조류의 것과 같은 깃털의 자취를 발견했다. ‘깃털 달린’ 생물의 출현을 공룡의 전성기였던 중생대까지 7500만년이나 끌어올린 발견이었다.
‘현대에 부활한 화석’ 실러캔스는 진화론의 역사에서 유명하다. 중생대 말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 물고기가 1938년 아프리카 연안에서 발견되면서 ‘진화 역사의 기적’으로 일컬어졌기 때문. 이어 이 ‘원시어류’는 물고기의 공통조상 또는 척추동물의 조상으로 떠받들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의 실러캔스의 발견 등 최신 연구 성과는 이 물고기가 ‘원시물고기’가 아니며 어류의 역사 속에서 비교적 나중에 출현한 종임을 보여준다.
새나 물고기의 역사만 다시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역사’야말로 끊임없이 수정 가필되는 ‘가장 뜨거운 역사’다. 1999년 포르투갈의 라페도 계곡에서 발견된 2만5000년 전 어린이의 두개골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특징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골고루 섞여 있었다. 현재의 교과서적 정설은 ‘아프리카에서 발현한 단일 기원의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원인(原人)을 몰아냈다’는 것이지만 다음 세대는 이와 사뭇 다른 교과서를 보게 될 가능성도 크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