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싱’은 1983년 4월부터 1년간 일본 NHK에서 거의 매일 15분씩 방영된 297부작 아침드라마. 평균시청률 52.6%, 최고시청률 62.9%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60개국으로 수출됐다. 중국에서는 드라마 방영 시간대에 인적이 끊기고 범죄율이 떨어질 정도였으며 멕시코와 이란에서는 80%대의 시청률을 올렸다. 일본 드라마 수입이 금지됐던 당시 한국에서는 드라마 내용을 담은 6권짜리 소설이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 최루성(催淚性) 드라마이자 성공스토리인 이 작품은 여주인공 ‘오싱’의 80년에 걸친 일대기를 그렸다. 19세기말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오싱은 7세에 남의 집으로 팔려가 더부살이를 한다. 그에게는 고된 일과와 주변의 괴롭힘, 천재지변과 못된 시어머니의 구박 등 온갖 고난이 평생에 걸쳐 찾아온다. 그러나 타고난 성실함과 낙천적 성격으로 이를 극복한 오싱은 전국 슈퍼마켓 체인을 설립해 사업가로 성공한다.
대하드라마를 12권짜리 아동 만화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군국주의적 색채가 드러난 부분이나 일본의 사회상, 사창가와 같은 ‘어른들 세계’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빠졌다. 대신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감안해 오싱의 위기관리 능력과 지금 손해 보더라도 손님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오시노믹스’(오싱의 경영철학)를 부각했다.
2002년부터 ‘오싱’의 만화 작업을 맡아온 이신 프로덕션의 정혁우 원화팀장은 “요즘 어린이들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고난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이겨가는 용기와 투지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최근 아동 만화 중에서 성의 없이 그린 작품이 많다는 지적을 벗어나기 위해 작화의 질적 수준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드라마 ‘오싱’은 일본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켜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무자비한 전쟁광’, 또는 ‘탐욕스런 자본가’ 이미지의 일본인 대신 ‘도덕적이고 성실한 사업가’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해외에 전파한 것. 드라마 ‘오싱’은 이라크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는 의미로 무상 수출돼 지난해 10월부터 이라크에서 방영되고 있다.
NHK로부터 이 드라마의 만화 저작권을 사들인 청조사는 이 만화의 일본과 동남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각권 200페이지, 8500원.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