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스트레스 줄이면 소아강박증 ‘말끔’

  • 입력 2004년 4월 11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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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는 지우개로 방금 썼던 글자를 열심히 지우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했다. 벌써 여러 번 지우기를 되풀이하여 공책이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혁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벌써 글짓기를 끝낸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 있었고, 더러는 글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혁이는 이제 겨우 세 줄을 썼을 뿐이다.

혁이는 선생님께 또 꾸중을 들을 것이 무서웠다. 그리고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져 너무 슬펐다. 글짓기를 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게으른 것은 더욱이 아니었다. 혁이는 단지 삐뚤어진 것 같은 글자를 다시 정확하게 써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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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정리된 삶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규칙도 정한다. 스트레스를 겪을 때 우리는 더욱더 계획과 규칙에 매달리게 되곤 한다. 복잡한 삶을 정리하려 하는 것이다.

혁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불안과 혼돈을 소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경직된 생각과 규칙과 강박적인 행동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소아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강박증을 가진 아이들을 편안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있다. 소아강박증은 부모가 강박증이 있거나 강박적인 성향일 때 더 잘 발병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아이들의 가족에는 불안과 우울감이 들끓고 있다. 너무 엄하거나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모, 서로 싸우는 부모가 묻혀 있을 수도 있던 아이의 강박증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이다.

강박적인 생각은 대부분 청결, 안전, 분노와 연관된 내용들이다. 간혹 성에 집착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멈추려 해도 되풀이되는 생각들 때문에 오랜 시간 손을 씻거나, 지나치게 정리를 하거나, 반복하여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때로는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못 하기에 굼뜬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이 스스로도 무엇 때문인지 잘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해야 할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아이는 물론 아이의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혹은 아이의 일상생활을 유지시키기 위해 강박적인 행동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가족도 함께 고생을 하게 된다. 짜증이 난 가족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고 아이는 더 불안해져서 강박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소아강박증은 아이의 성격이나 습관으로 인식되곤 하기에 진단되지 않아 병이 깊어지곤 한다. 유년기의 왕성한 발달이 강박증에 의해 방해받지 않도록 빨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치료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가 좋다. 하지만 상처 난 뇌 회로에 땜질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 회로가 망가지게 된 이유를 찾고 그것을 제거하는, 만일 제거할 수 없다면 우회할 수 있게 도와주는 놀이를 통한 정신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의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인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족치료도 필수적이다.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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