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캠퍼스밴드 공연 ‘나 어떡해’ 부르며 ‘나’를 찾는다

  • 입력 2004년 4월 11일 18시 57분


1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7080 캠퍼스밴드’에서 ‘샌드페블즈’가 중년 팬들과 함께 ‘나 어떡해’를 부르고 있다.-박영대기자
1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7080 캠퍼스밴드’에서 ‘샌드페블즈’가 중년 팬들과 함께 ‘나 어떡해’를 부르고 있다.-박영대기자
70, 80학번들의 문화 발언이 시작됐는가.

10,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7080 캠퍼스 밴드’ 공연이 4회 1만2000여석을 모두 메운 채 중년 팬들의 열정을 보여줬다.

이 공연은 1970년대 중반∼80년대 중반 활동했던 ‘캠퍼스 밴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무대. ‘샌드페블즈’ ‘로커스트’ ‘장남들’ ‘라이너스’ ‘건아들’ ‘휘버스’ ‘옥슨 80’ ‘블랙테트라’가 또래 중년 관객들과 30여년만에 만나 ‘세대 의식’을 함께 나눴다. 밴드 멤버들은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며, 공연을 위해 해외에서 일부러 귀국한 이들도 있었다.

‘옥슨 80’ 출신의 가수 홍서범은 “객석 중 40대가 절반, 30대와 50대가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다”며 우스갯소리로 “혹시 옛 애인을 만나더라도 서로 놀라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날 객석의 7080학번들은 중년이 아니었다. 두 시간 반 공연 내내 ‘나 어떡해’ ‘연’ ‘바람과 구름’ 등을 목청껏 따라 부르며 객석을 70, 80년대의 캠퍼스로 바꿔 놨다.

‘캠퍼스 밴드’들은 70년대 후반 유신 말기에 억압받던 젊음의 숨통을 틔우고 건강한 청춘을 노래했다.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당시 억압적 시대상황 속에서 “나 어떻게 하면 좋아”란 절규로 들렸고, ‘라이너스’의 ‘연’은 청춘의 고운 꿈을 싣고 자유롭게 날아가는 배로 상징화됐다. 당시 가요규제 조치로 주류 가요들이 트로트와 접목돼 ‘오동잎’ 등으로 변모한 반면, 캠퍼스 밴드들은 ‘젊은 미소’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등으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던 것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7080학번들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던 세대”라며 “시대상황으로 인한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들이 구가한 ‘캠퍼스 록’은 청춘 고유의 열정과 낭만의 분출구였다”고 말했다.

이날 ‘샌드페블즈’의 보컬 여병섭씨(광고기획사 대표)는 “단순히 향수에 젖는 차원을 넘어 우리 7080학번들에게도 ‘좋은’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자”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관객 김기섭씨(45·경기 성남시 분당구)도 “이런 자리를 통해 기성세대도 하나의 청춘문화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맞장구쳤다.

공연은 밴드들의 오랜 공백으로 인해 사운드 일부가 매끄럽지 못해 ‘옥의 티’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런 공연이 열린 게 좋을 뿐”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공연을 기획한 황규학 컬쳐피아 대표는 “이번 공연이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세대간의 문화교류로 이어지려면 7080학번들이 능동적으로 문화 발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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