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추상록씨가 아버지 고(故) 추송웅씨가 20년 전 맡았던 똑같은 배역으로 무대에서 선다. 16일부터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뮤지컬 ‘판타스틱스.’
196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뒤 42년간 장기 공연됐던 이 뮤지컬에는 오프닝 곡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를 비롯한 우리 귀에 친숙한 14곡이 나온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정반대로 두 집안의 아버지들이 소년 매트와 소녀 루이자를 어떻게 연결시켜줄까 고민하면서 벌어지는 가슴 훈훈한 해프닝을 그린다.
추씨가 맡은 ‘엘가도’는 전체 작품을 이끌어가는 진행자 역. 또 극중극에서 그는 루이자와 매트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아버지들이 꾸며낸 악당으로 나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여러 차례 이 뮤지컬을 공연했지만 브로드웨이 제작사측과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지널 공연 자료를 받아보니 배우의 등장 퇴장이 없고,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되는 뮤지컬이더군요. 이런 원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사회자인 ‘엘가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버지보다 더 코믹한 ‘엘가도’ 역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추송웅씨는 1983∼84년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판타스틱스’를 공연했다.
당시 이 뮤지컬은 최종원(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이혜영(영화배우), 설도윤씨(설앤컴퍼니 대표)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미국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97년 귀국한 추씨는 그동안 ‘풋루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뮤지컬에 주로 출연했다. 올해 초에는 추상욱, 상록, 상미 등 세 남매가 함께 제작한 키노 뮤지컬 ‘콜링 유’에 나오기도 했다.
요즘 그는 낮에는 ‘판타스틱스’ 연습으로, 밤에는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출연으로 바쁘다.
그는 “‘와이키키∼’는 공연하면서 고생을 많이 한 만큼 애정도 큰 작품”이라며 “앞으로 연극과 영화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02-762-001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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