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추상록씨 “20년전 아버지와 똑같은 役 맡았어요”

  • 입력 2004년 4월 12일 17시 39분


‘불세출의 광대’로 일컬어진 아버지 추송웅씨에 이어 뮤지컬 ‘판타스틱스’에 출연하는 아들 추상록씨. 사진제공 연극열전 사무국
‘불세출의 광대’로 일컬어진 아버지 추송웅씨에 이어 뮤지컬 ‘판타스틱스’에 출연하는 아들 추상록씨. 사진제공 연극열전 사무국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출연하신 이 뮤지컬을 봤어요. 항상 톡톡 튀는 개성 강한 역할만 하던 아버지가 매너 있는 신사 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뮤지컬 배우 추상록씨가 아버지 고(故) 추송웅씨가 20년 전 맡았던 똑같은 배역으로 무대에서 선다. 16일부터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뮤지컬 ‘판타스틱스.’

196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뒤 42년간 장기 공연됐던 이 뮤지컬에는 오프닝 곡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를 비롯한 우리 귀에 친숙한 14곡이 나온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정반대로 두 집안의 아버지들이 소년 매트와 소녀 루이자를 어떻게 연결시켜줄까 고민하면서 벌어지는 가슴 훈훈한 해프닝을 그린다.

추씨가 맡은 ‘엘가도’는 전체 작품을 이끌어가는 진행자 역. 또 극중극에서 그는 루이자와 매트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아버지들이 꾸며낸 악당으로 나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여러 차례 이 뮤지컬을 공연했지만 브로드웨이 제작사측과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지널 공연 자료를 받아보니 배우의 등장 퇴장이 없고,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되는 뮤지컬이더군요. 이런 원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사회자인 ‘엘가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버지보다 더 코믹한 ‘엘가도’ 역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추송웅씨는 1983∼84년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판타스틱스’를 공연했다.

당시 이 뮤지컬은 최종원(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이혜영(영화배우), 설도윤씨(설앤컴퍼니 대표)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미국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97년 귀국한 추씨는 그동안 ‘풋루스’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뮤지컬에 주로 출연했다. 올해 초에는 추상욱, 상록, 상미 등 세 남매가 함께 제작한 키노 뮤지컬 ‘콜링 유’에 나오기도 했다.

요즘 그는 낮에는 ‘판타스틱스’ 연습으로, 밤에는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출연으로 바쁘다.

그는 “‘와이키키∼’는 공연하면서 고생을 많이 한 만큼 애정도 큰 작품”이라며 “앞으로 연극과 영화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02-762-001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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