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예술계에는 가뜩이나 불황인데 국민들의 관심사가 온통 총선에 쏠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지 유일하게 방송계만 선거특수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서점 ‘YES 24’의 주세훈 마케팅 팀장은 “3월 초반은 그나마 참고서 매출로 버틸 수 있었지만 4월 들어 전체 매출이 20% 줄었다”고 말했다. 전국 서점 네트워크 ‘북새통’ 김영범 사장도 “4월 매출이 연초 대비 30% 가량 줄었다”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선거전이 소설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특히 소설 쪽 매출 하락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영화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다른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터넷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2일 이후 최근까지 평일 예매량이 38.9% 급감했다. 2002년 12월 대선 때도 줄지 않던 영화 예매율이 급감하자 영화관계자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특히 영화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 일대, 공연장이 많은 대학로 일대의 타격이 크다. 영화제작사 제니스 엔터테인먼트 서정 기획이사는 “젊은층이 종로 일대 극장을 찾지 않아 거의 ‘재앙’과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모아 남기웅 대표도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거 때라고 해서 대학로 관객이 줄어든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는 기업 협찬까지 줄어 상황이 더욱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인기 연극의 경우 폐막이 가까워질수록 손님이 늘어난다는 통설마저 무너지고 있다. 동숭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연극열전’시리즈의 경우 3월 셋째 주까지 유료 객석 점유율이 평균 80%였으나 선거운동이 본격화한 3월 넷째 주부터는 50∼60%선으로 떨어졌다. ‘연극열전’ 사무국 오현실 실장은 “탄핵 이후 흥미로운 총선이벤트가 쏟아지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뮤지컬 쪽도 ‘맘마미아’(서울 예술의 전당)를 제외하고는 거의 빈사상태. 인터넷 예매사이트 ‘티켓파크’ 공연담당 채성현 대리는 “올 3, 4월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40%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을 겪고 있는 미술계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갤러리 현대 도형태 실장은 “미술계 내적 문제에다 정치 상황까지 요동쳐 그림이 안 팔린다”고 말했다.
13일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 공연도 예전 내한공연 때보다 매표율이 20∼30% 정도 떨어졌다.
이와 달리 유일하게 선거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은 방송계다. 특히 토론 프로그램 시청률이 크게 늘어 최근에는 ‘토론 폐인(마니아)’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시청률 조사 전문회사인 ‘TNS 미디어코리아’가 2월∼4월8일 방송 3사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 KBS1 ‘생방송 심야토론’(토요일 밤11시)은 2월부터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인 3월11일까지 평균 시청률이 5.2%였으나 3월12일∼4월8일 시청률은 두 배 가까운 10.1%를 기록했다. KBS2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일 밤 11:10)도 같은 기간동안 시청률이 3.9%에서 7.8%로 올랐고, MBC의 ‘100분 토론’(목 밤 11:05)도 4.9%에서 5.7%로 상승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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