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난곡이야기’여는 前 출판인 김영종씨

  • 입력 2004년 4월 12일 18시 51분


출판사 사장에서 소설가, 재야사학자, 다시 다큐 사진작가로 변신한 김영종씨. 그는 처음 갖는 개인전 ‘난곡이야기’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잡은 난곡의 풍경과 얼굴들을 등장시킨다.   -김미옥기자
출판사 사장에서 소설가, 재야사학자, 다시 다큐 사진작가로 변신한 김영종씨. 그는 처음 갖는 개인전 ‘난곡이야기’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잡은 난곡의 풍경과 얼굴들을 등장시킨다. -김미옥기자
김영종 전 사계절 출판사 사장(49)이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베스트셀러 ‘논리야 놀자’ ‘임꺽정’ 등을 기획해 1990년대 주목받는 출판인이었던 그는 95년 돌연 출판계를 떠났다. 그리고 98년 한국 고대사를 다룬 역사소설 ‘빛의 바다’에 이어 티벳에서 현대문명을 바라본 역사에세이 ‘티벳에서 온 편지’를 펴내 중앙아시아사를 연구하는 재야 사학자로 변신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난곡을 찍은 사진집 ‘난곡이야기’(청년사)를 내고 13일∼5월9일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02-736-4371)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사진은 그저 복제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는 그는 실크로드를 여행하며 카메라와 익숙해진 뒤 후배 사진작가를 통해 사진에 입문했다. 특히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의 작품 세계에 접한 뒤 사진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걸 깨닫고는 본격적으로 사진에 몰입했다.

그가 추구하는 화면은 찍는 사람의 적극적인 개입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첫 번째 사진은 작가의 이런 관점을 잘 드러낸다. 난곡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화면 가운데 배치된 플라스틱 원구 안에 인형으로 만든 태아를 거꾸로 매달아 합성했다. 철거로 폐허가 되어버린 땅 위에 1만 원 권을 확대해 애드벌룬처럼 띄운 합성사진이나, 난곡 골목길에 역대 대통령사진들을 죽 내걸어 놓고 찍은 작품들에서도 작가의 ‘발언’이 강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집은 단순히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주거권’이라는 인간 기본권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가 2001년에 찍은 난곡은 단순히 가난을 폭로하거나 동정적 시선을 보인 게 아니라 다양한 정치사회적 풍자를 던지고 있다.

“달동네를 없앤다고 가난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어서 누구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이것을 이해한다면 가난에 대한 진정한 소통의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을까 해서 이번에 작업을 해봤습니다.”

작가가 주관적으로 화면에 개입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도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한다는 그의 첫 사진실험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지켜볼 일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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