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자료 수집가 김대구(金大九·57)씨는 현순 목사의 셋째아들 데이비드 현(88·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이 보관 중인 현 목사의 자료에서 이 사진을 비롯해 미공개 자료 수십점을 찾아내 12일 공개했다.
역관(譯官) 집안에서 태어나 하와이에서 감리교 목사가 돼 외국어가 유창했던 현 목사는 당시 민족대표들이 모은 돈 2000원을 지니고 상하이로 출발했다. 최 선생은 독립선언서를 품고 별도로 출발한 뒤 중국 톈진(天津)에서 현 목사와 합류해 3월 1일 상하이 잠입에 성공했다. 사진은 두 사람이 잠입 직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현희(李炫熙)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현 목사와 최 선생은 광복 후 미국과 중국에서 세상을 떠나 그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임정 설립의 숨은 실무자였다”고 설명했다.
현 목사는 이후 임정 외무위원, 내무차장 등을 역임했다가 1920년 미국으로 건너가 구미위원부 위원 등으로 활약하면서 임정의 독립운동자금을 모았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자료에는 1925년 하와이 교포들이 ‘임정후원회’를 결성해 자금지원에 나선 것에 대한 박은식 임정 국무총리의 친필 감사편지, 현 목사를 통해 1달러를 건네받아 치료비로 감사히 썼다는 김구 선생의 친필 영수증(1940년), 김구 이동녕 이시영 조소앙 등 임정 간부들이 재정지원 등을 촉구하며 친필 서명한 호소문(1937년과 1941년)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홍선표 책임연구원은 “김구의 ‘백범일지’에도 재정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각지에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구체적 결실을 보여주는 증거는 드물다”며 “이 자료들은 임정이 어떤 돈으로 움직일 수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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