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강균…’ 오직 조선일보만 때리기만" ▽
9일 밤 11시 15분 방송한 MBC TV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언론매체의 선거보도 태도 분석’이라는 제목을 통해 “조선일보 사진들이 왜곡되고 의도가 담겨있다”며 집중 공격했다.
‘신강균…’은 전직 사진기자인 오동명씨를 출연시켜 3월 31일자부터 4월 7일까지 조선일보에 실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구부린 자세에 우울한 표정”(정동영), “반면 웃고 있는 표정”(박근혜) 등의 자막을 달고, “조선일보가 특정 의도를 갖고 이런 사진을 썼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신강균…’은 이런 내용을 내보내면서 사진이 실린 기사 제목도, 또 같은 날 다른 신문, 방송의 사진은 어땠는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오직 조선일보만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실제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을 기사와 연계해 보면 ‘신강균…’의 지적이야말로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고 부분만 보여줌으로써 ‘편집’의 왜곡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이 오씨를 통해 ‘편파 사진’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4월 2, 3일자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대표의 사진을 보자. 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 의장 사진은 노인정에서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며 박근혜 대표는 대구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있는 장면이다.
같은 날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와 똑같이 정 의장이 노인정에서 큰절을 하고 있는 사진과 박대표가 환경미화원들과 맛있게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2, 3일자 신문·방송의 뉴스는 1일 정동영 의장이 “60, 70대는 투표장에 올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곤경에 빠진 것이 최대의 초점이었다.
정 의장과 열린우리당은 노인 폄하 발언이 쟁점화되자, 언론사에 정동영 의장의 ‘사죄’ 모습을 내달라고 부탁까지 해왔다. ‘신강균…’은 이런 맥락은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조선일보의 사진기사만 찍어서 ‘편파·왜곡’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일자 신문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노인폄하’ 발언으로 정동영 의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씁쓸한 표정으로 브리핑실을 나오는 장면을 실었고, 박 대표는 진해의 유세현장에서 악수하고 있는 장면을 썼다.
‘신강균…’은 이를 두고 “이틀째 사죄하면서 비굴해 보이도록 사진을 썼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바로 같은 날 일정을 보도한 2일 밤 9시 ‘MBC 뉴스데스크’ 역시 정동영 의장은 맨 바닥에 엎드려 큰절 하는 장면이 클로즈업됐고, 박근혜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유권자들과 악수하는 장면이 화면 가득 나왔다.
‘신강균…’ 식의 비판 잣대라면, 먼저 MBC자신부터 화면을 통한 왜곡 보도에 앞장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3일자 한겨레신문은 정의장 사진을 노인단체 대표들 앞에서 큰절 하는 모습으로 실었고 박대표는 수많은 지지자들에 둘러 싸여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조선·한겨레·MBC 모두 같은 장면을 담은 것이다.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한 양종훈 교수(상명대)는 “MBC ‘신강균…’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장면을 검토한 결과, ‘신강균…’은 사진저널리즘의 ABC도 모르고 보도한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면서 “어느 한쪽 정치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시사매거진 2580 왜곡’▽
총선을 앞두고 MBC TV의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편파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밤 ‘신강균…’에 이어 11일 밤 방송된 ‘2580’도 ‘또 선거개입’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 집중공격에 나섰다.
조선일보뿐 아니라 다른 신문, 심지어 MBC뉴스에도 실린 똑같은 사진을 “조선일보의 편파 왜곡 보도”라고 비난했던 9일 ‘신강균…’에 이어 11일 ‘2580’도 조선일보 보도의 팩트(사실)마저 왜곡하면서 “조선일보가 선거 때마다 유리하면 부풀리고 불리하면 침묵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비판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2580’이 자신들 입맛에 따라 ‘조선일보 헐뜯기’에 나섰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만 공격하면 ‘보수’의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공언했던 일부 안티 조선 운동의 논리와 다름없는 방식이다.
11일 밤 MBC TV ‘2580’이 사실관계를 왜곡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본지에서 내보낸 ‘노무현-이회창 후보 이것이 다르다’는 제목의 시리즈. 모두 10회 동안 나간 이 비교시리즈〈표참조, 기사원문은 chosun.com 〉에서 ‘2580’은 “이회창 후보는 ‘여론을 중시하고 헐뜯는 정치를 싫어하고 이렇다할 실수나 실패 사례가 없다’고 소개하고, 노무현 후보를 소개할 때는 ‘깽판 발언, 자질시비, 때로는 무모해보일 정도, 직설적인 공격’ 등의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노 후보에 대해 ‘과감한 도전’, ‘원칙과 소신 밀고 나가’ 등 장점을 충분히 썼고, 이 후보에 대해서도 ‘득보다 실에 더 신경’, ‘정치상황은 요동치는데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등 단점을 드러냈다.
이날 ‘2580’이 보도한 내용은 2002년 대선 당시 ‘안티조선’ 세력이 중심이 된 ‘대선미디어공정선거 시민연대’에서 문제 삼고, ‘친노 매체’들이 확대 전파시킨 내용을 여과 없이 다시 보도한 것이다.
두 번째는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IMF 재협상’ 관련이다. ‘2580’은 “김대중 후보가 IMF재협상론을 제기하자 조선일보가 비판했지만, 재협상론을 먼저 꺼낸 것은 조선일보였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지난 97년 12월 5일 당시 김대중 후보의 연설화면을 보여주고, 이어서 이보다 3일 앞서 보도된 조선일보의 12월 2일자 사설을 비교했다.
그러나 김대중 후보가 재협상론을 제기한 시점은 ‘2580’이 자막으로 내보낸 12월 5일이 아니라, 대선후보 간 TV토론회가 처음 열렸던 12월 1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협상’ 발언은 12월 2일자 동아, 한국, 경향, 국민, 세계일보 등 5개 일간지와 일부 경제신문에도 상세하게 보도됐다. 따라서 ‘2580’이 ‘조선일보 때리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1일자를 빼고 5일자 화면을 내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2580’은 또 ‘추후협상’과 ‘재협상’을 구별하지 않고 멋대로 왜곡 인용했다. 조선일보 1997년 12월 2일자 사설은 ‘2580’ 보도와 달리 IMF와의 ‘재협상’이 아닌, 매우 제한적인 범위의 ‘추후협상’을 언급한 것이다.
세 번째로 ‘2580’은 조선일보가 탄핵을 ‘조장’했다고 몰아갔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국민이 탄핵론에 망설이는 진짜 이유’(2004년 3월 6일), ‘탄핵논란 끝낼 사람은 대통령이다’(3월 8일), ‘탄핵갖고 위험한 장난말라’(3월 9일), ‘대통령과 야당의 총선 인질 탄핵도박’(3월 10일) 등 사설과 ‘오기로 맞선 탄핵’(3월 8일), ‘한달밖에 안남은 국회가’(3월 10일)등의 기자수첩을 통해 연일 “탄핵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2580’은 이런 사실을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종합 여론 조사 중 한 항목으로 오른 것만 표적으로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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