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아버지 존 보이트로부터 배우의 피를 물려받은 그의 ‘비극’은 지나치게 섹시하다는 점 아닐까. 사실 그는 육체적 매력 때문에 연기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대표적 배우들 중 하나다.
영화 ‘테이킹 라이브즈’(Taking Lives)는 졸리와 에단 호크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2002년 발 킬머 주연의 스릴러 ‘집행자’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D J 카루소 감독도 ‘졸리의 딜레마’를 푸는 데는 실패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 졸리의 매력이 조화를 이룬 칵테일이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대충 버무려놓은 듯한 비빔밥이 돼버렸다.
캐나다 몬트리올 시내의 한 건설현장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몬트리올의 강력계 형사들은 이 사건이 연쇄 살인사건임을 직감하고 FBI에 도움을 요청한다. 뛰어난 분석능력을 지닌 요원 스캇(안젤리나 졸리·사진)은 범인이 매번 자기가 죽인 희생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기생(寄生) 인생’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한편 스캇은 범죄 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 코스타(에단 호크)를 조사하던 중 그의 묘한 매력에 끌린다.
연쇄살인범의 과거 범행이 담긴 영화의 오프닝은 소름이 돋는다. 특히 초반부는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본격적인 게임에 접어들수록 영화는 김빠진 맥주처럼 생기를 잃기 시작한다. 두뇌 게임과 함께 멜로 라인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이지만 이음새가 허술한 탓에 납득하기 어려운 촌극이 됐다. 카루소 역시 연기 뿐 아니라 졸리의 성적(性的) 매력을 화면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 1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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