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山寺의 밤…강원 낙산사 ‘템플 스테이’

  • 입력 2004년 4월 15일 16시 22분


깊은 산사에서 봄 꽃잎이 흩날리는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깊은 산사에서 봄 꽃잎이 흩날리는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느낌이라면 산사를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봄기운이 가득한 산사에서 향기로운 솔 내음을 맡으며 보내는 하루는 확실히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강원도 낙산사에 가면 새벽 목탁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 참선과 발우공양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봄 산사의 하룻밤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는 해돋이 명소로 이름난 의상대를 비롯해 홍련암, 해수관음보살상 등 볼거리가 많다. 관광객들로 제법 북적이는 낮 시간, 스님들은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주고 사원 깊숙한 곳으로 물러나 수행을 한다. 때문에 단순히 절만 훌쩍 돌아보고 나오면 산사의 진면목을 보기란 힘들다.

2002년 월드컵 대회 당시 외국인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선보였던 템플스테이. 대부분 한때 반짝하다 사라졌지만 낙산사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접할 수 있고 인근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해수욕장 입구를 지나 500m 정도 더 가면 ‘오봉산 낙산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정문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빽빽한 노송 사이로 오르는 길은 일반 관광객이 드나드는 어수선한 후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절을 찾은 손님들이 하룻밤 머물게 되는 곳은 심검당. 방마다 사람들이 차있을 터인데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산사체험 일정은 참가자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진행된다. 먼 길 오느라 피곤한 몸과 마음을 풀 겸 우선 차가 나온다. 차는 머리와 눈을 맑게 해준다고 한다. 수행자에게 잠과 번뇌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 스님들이 차를 즐기는 이유도 이런 효능 때문이라고. 차는 천천히 마시는 가운데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하니 이 또한 수행의 과정이다.

발우공양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자기 수행의 한 과정이다.

○ 발우공양도 수행

입 안에 차 향기가 퍼지면 사찰을 둘러본다. 마루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의상대사가 참선하던 바다 굴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홍련암, 해수관음상 법당의 유리창으로 올려다보는 해수관음상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들이 곳곳에 있다. 봄 꽃잎이 흩날리는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발우공양 시간.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이다. 자신이 먹을 양만큼만 덜고 스스로 선택한 양은 책임을 져야 한다.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야 하고 한 컵 정도의 물로 그릇을 닦아 그것마저 마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음식을 버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설거지로 소중한 물을 낭비했는지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또 여럿이 음식을 나눠먹는 평등심과 음식을 탐하지 않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먹는다는 정진심까지 함축되어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고요한 산사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든 중생들이 번뇌를 떨쳐버리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소리다. 이곳에선 직접 쳐볼 수 있다. 사찰에서는 보통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 범종을 친다. 당(종을 치는 도구)을 세 차례 앞뒤로 움직이다 네 번째에 뒤로 당겼다 놓으면 ‘뎅∼’ 소리가 맑고 우렁차게 퍼진다.

낙산사에서는 산사체험 참가자들이 직접 범종을 쳐볼 수 있다.

○ 108번뇌를 끊으며

그러고 나면 온갖 번뇌를 끊겠다는 의미로 108배가 이어진다. 원하는 사람만 참가한다. 일일이 횟수를 세면 오히려 마음을 다듬는데 방해가 되므로 108배쯤 되는 20분이 지나면 일률적으로 끊는다. 산사체험을 지도하는 고경 스님은 “108배는 자세를 바로잡아주어 허리 디스크나 무릎관절 예방에도 좋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귀띔해준다.

108배를 올리지 않는 사람은 참선수행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가부좌나 반가부좌의 자세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시선은 1m 앞을 응시하는데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길 40∼50분. 참선이 끝나면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궁금한 사항을 질문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산사의 밤이 깊어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오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은은한 전등불이 창호지 문을 통해 따뜻한 느낌을 전해준다. 몇 시간 후, 산사의 적막을 깨고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산사의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음은 오전 3시가 되면 어김없이 들려온다.

해가 뜰 무렵 부지런히 일어나 의상대에서 해돋이를 기다린다. 의상대로 향하는 길목인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을 거치는 오솔길을 따라 아침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오솔길을 걷다보면 산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침인사를 한다. 산사의 아침은 이렇게 맑고 상큼하게 시작된다. 1박2일(3식 포함) 체험 비용은 1인당 5만5000원. 산사체험 문의 : 코리아아이 투어 033-651-3088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사찰체험 어디서…▼

▽조계사(서울)

02-732-2115

▽자광사(대전 유성)

042-822-9220

▽마곡사(충남 공주)

041-841-6222

▽갑사(충남 공주)

041-857-8981

▽송광사(전남 순천)

061-755-0107

▽은해사(경북 영천)

054-335-3318

▽골굴사(경북 경주)

054-744-1689

▽서원사(경남 창원)

055-291-6405

▽백련암(경남 합천)

055-932-7300

▼1박 2일 떠날볼까▼

1.오후 1시30분 낙산사 도착→사찰 둘러보기→다도체험

2.오후 5시 발우공양→소리체험(범종치기)→108배 올리기(자유선택)→참선수행→취침

3.다음날 아침 의상대에서 해맞이→산사 오솔길 산책→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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