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숭동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5월 2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죽도록 달린다’(한아름 극본·서재형 연출)에서는 공연시간 5433초(1시간30분33초) 내내 숨막히는 질주가 펼쳐진다.
제작진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재창작한 이 작품을 ‘활동 이미지극’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1초에 24장의 사진을 빨리 돌려가며 움직이는 화면을 만들어내고, 종이에 그려진 야구공 그림을 빨리 넘기면 마치 공이 날아가는 듯 보인다.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해 이 작품은 연속적인 강렬한 이미지로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삼총사가 왕비의 목걸이를 찾기 위해 유쾌한 모험을 펼친다는 설정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후반부는 새롭게 덧붙였다. 왕비는 달타냥과 사랑을 나눈 끝에 아이까지 낳는다. 왕비는 권력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한다.
이 연극을 재밌게 보는 방법은 스토리 속에 숨어있는 시각, 청각, 후각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 왕비의 목걸이가 나올 때면 ‘사르륵 사르륵’ 하는 소리가, 시녀 보나쉬가 추기경과 마주칠 때면 ‘에취’ 하는 기침소리가 들린다. 이런 소리는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상징한다. 또 달타냥이 사랑을 나눌 때는 정겹게 들렸던 ‘야옹’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왕비가 아이를 낳고 치열한 권력다툼이 벌어질 때는 ‘응애’ 하는 처절한 아기울음 소리로 변한다. 극단 물리에서 5년째 몸담고 있는 젊은 연출가 서재형씨는 “이미지와 스토리가 모두 죽지 않고 서로 상승하는 극을 만들기 위해 2년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레이디 맥베스’ 공연 때부터 극단 물리와 함께 작업해 온 타악그룹 ‘공명’은 발소리를 내는 악기를 비롯해 새롭게 고안한 악기로 신비로운 음향을 선보인다.
화수목 7시반, 금토 4시 7시반, 일 4시. 1만∼2만원. 02-765-5476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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