勝은 소전체에서부터 보이는데, 의미부인 力과 소리부인 朕으로 구성되었다. 力은 갑골문에서부터 쟁기의 모습을 그려, 쟁기질에 필요한 힘을 상징했다. 力이 의미부로 기능하는 勝은 오늘날과는 달리 고대사회에서는 힘(力) 센 사람이 힘 약한 사람을 제압했던 것, 즉 육체의 힘이 勝負(승부)에서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朕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배를 그린 舟(배 주)와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든 모습을 그렸다. 손에 든 것을 두고 불, 도끼, 祭器(제기)라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하지만 갑골문 때부터 朕은 이미 商(상)나라 왕 스스로를 지칭하거나 ‘나’ ‘우리’ 등의 의미로만 쓰였기 때문에 이의 정확한 자원을 살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용법은 가차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朕이 배를 고치는 모습이거나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든, 배의 항로나 그 안전을 책임지는 자는 바로 배의 주인인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우리’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朕이 1인칭 대명사, 특히 존중의 의미를 포함해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敗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鼎과 복으로 구성되었는데, 鼎은 간혹 貝(조개 패)로 대체되었으며, 그 뒤 貝가 대표로 남아 지금처럼 되었다. 鼎이 貝로 바뀐 것은 형체의 유사에 의한 오류로 한자 발전사에서 자주 보이는 일인데, 則(법칙 칙)이나 貞(곧을 정)도 그러한 예에 속한다.
鼎은 세발솥을 뜻하고 복은 손에 막대기를 든 모습이다. 그래서 敗는 손으로 막대를 들고 솥(鼎)을 깨트리는 모습이다. 솥을 깨는 행위가 잘못 만들어진 솥을 깬다는 단순한 의미도 있겠지만, 九鼎(구정)의 전설에서 보듯 鼎은 단순한 솥의 의미를 넘어서 부족이나 국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존재임을 생각할 때 鼎의 파괴는 敗北(패배)와 연결된다. 그래서 敗에는 ‘부서지다’는 뜻이 생겼고, 다시 ‘敗北(패배)하다’는 뜻도 생겼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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