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박물관은 1910∼30년대 일본인들이 조선의 근대풍경을 촬영한 사진을 모은 ‘그들의 시선으로 본 근대Ⅱ’를 6월 12일까지 연다. 박물관이 소장한 1300여 점의 일제강점기 유리건판사진(유리판 위에 사진용 감광유제를 발라 만든 사진) 중에서 선정한 85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된 사진들은 1930년대 경성제국대 교수이자 민속학자인 아키바 다카시(秋葉隆)와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가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조선과 만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시한 ‘민속조사’의 결과물이다. 2001년 열린 첫 전시회에서 희귀 무속과 풍속관련 자료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식민통치자의 폭력적 시각을 통해 본 조선 근대의 씁쓸한 풍경이 주류를 이룬다.
남루한 초가집에 늙은 노파, 꾀죄죄한 옷차림의 어린이를 촬영한 사진과 깔끔한 옷차림의 일본인을 찍은 사진을 대비해보면 마치 아메리카 인디언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각이 연상된다. 양복과 군복을 입은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의 삶의 현장을 조소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모습에선 사진의 객관적 기록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이에 비해 27일부터 6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가까운 옛날-기록사진으로 보는 민중생활’전은 사진으로 남루한 현실을 어떻게 따뜻하게 추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된 사진은 한국이 고도성장을 이루기 전인 1950∼70년대 초 전국 곳곳에서 민중의 삶을 담은 100여점. 빨래터 아낙네들의 풍경, 골목을 뛰노는 어린이들, 말을 끌고 짐을 나르던 마부, 청계천 주변 풍경 등에서 푸근한 정취가 느껴진다.
두 전시회가 다루는 시간대는 근대와 현대로 나뉘지만 초가집의 모습만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비슷한 초가집 사진이라도 두 사진이 환기시키는 기억은 확연히 다르다. 사진의 기록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디지털카메라의 시대에도 ‘카메라는 차갑지만 필름은 뜨겁다’는 경구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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