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아동병원 정신과 정성심 과장(33)은 지난해 여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하다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이 병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ADHD를 가진 아이들의 행동은 의도하거나 준비된 장난이 아닌, 스스로도 의아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 꿈틀이처럼 ‘꼼지락 꼼지락’ 병에 걸린 겁니다. 아이 자신이나 부모 모두 성장과정에 나타나는 질병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뿐이죠.”
이 책이란 바로 정 과장이 초등학교 저학년 ADHD 어린이를 위해 쓴 그림책 ‘말썽꾸러기 꿈틀이도 잘할 수 있어요’(도서출판 다전)를 말한다.
처음 정 과장은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은 많았으나 아이들이 읽고 치료에 도움을 받을 만한 책은 없었다.
그래서 아예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일러스트레이터와 ADHD 어린이의 모습을 살린 캐릭터 꿈틀이를 만드는 작업을 해 왔고 수십 번의 회의를 통한 수정작업을 거쳐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ADHD 어린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짧은 문장으로 적절히 변화를 주었다.
“꿈틀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 아이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자신감을 갖길 바랍니다.”
정 과장은 “이들 어린이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산만한 데서 끝나지 않고 성적이 나빠지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 자신감을 잃는다는 것”이라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발견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혼자 고민하다가 아이와 의논조차 하지 않고 일반병원이라고 속여 소아정신과를 찾는다. 이 경우 어린이는 소외감을 느끼고 치료를 거부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치료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설령 ADHD가 아닌 어린이라도 꿈틀이가 보이는 여러 문제점을 통해 ‘내가 감기로 아플 수 있듯이, 내가 수학을 못하듯, 이 친구는 집중을 못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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