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잘 안먹어 속태우는 아이

  • 입력 2004년 4월 18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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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도대체 먹지를 않는다.

어렵게 얻은 아이라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진이는 우유를 뗀 이후로는 밥을 거의 먹지 않고 편식도 심하다. 먹지 않으려 도망 다니는 아이의 울음과 떠먹이려 쫓아다니는 엄마의 고함 소리에 진이네 집의 식사시간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삼키는 것은 빠는 것과는 다르기에, 빨기만 하던 아기가 고체 음식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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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새로운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기다려주지 않으면 아기는 음식을 뱉어버리거나 울고, 엄마는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음식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심하게 앓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식이장애나 기타 정서 장애를 가질 수 있다.

보통 3.3kg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첫돌이면 10kg 정도로 자란다.

1년 동안 몸집이 세배나 늘어나니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음해부터는 1년에 4kg정도밖에 늘지 않기에 식욕은 줄어들고 억지로 먹이려는 엄마를 보면 도망치게 되어 있다.

일정한 양을 먹이려는 엄마의 고정관념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아이의 생존본능이 저항하는 것이다.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간섭을 심하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자율성을 빼앗긴 아이는 먹고 자고 싸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 저항을 하는 것이다.

잘 먹고 편식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은 녹색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 이상한 병에 걸리기도 하고, 유치한 만화를 좋아하듯 어른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 맛을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가 균형 잡힌 성장을 빌미로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아낌없이 격려해 준다면 아이는 신이 나서 부모의 식습관을 따라할 것이다. 물론 아이는 엄마와는 다른 사람이기에 아이의 특성과 취향을 인정해 줘야 한다.

아이에게는 음식을 떠먹이지 말아야 한다. 식사시간에 먹지 않는다면 당연히 간식도 주지 말아야 한다. 배가 고파서 식사시간이 기다려지게 해야 한다. 그렇다고 성장이 지연되거나 굶어죽는 일은 없을 터이니 아이에게 가족의 리듬을 맞추지 말고 가족의 리듬에 아이가 동참하게 해야 한다.

한번 떠난 식탁에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그래서 한번 앉았을 때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대신 너무 지루하게 오랫동안 식탁 앞에 앉아 있도록 고문하지는 말자. 아이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꼼짝하지 않고 있을 능력이 없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리에 투자하기보다는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데 투자하자. 공들인 음식을 아이가 먹지 않으면 엄마는 더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먹고 싶은 양보다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게 될 위험도 있다.

식사시간은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식탁 앞의 텔레비전 때문이라면 곤란하다. 가족들이 먹는 즐거움과 함께 대화와 어우러짐의 즐거움이 있다면 아이는 먹는 즐거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물론 사회성도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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