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과학’…음향학 권위 美로싱교수 서울대서 강연

  • 입력 2004년 4월 18일 18시 19분


자신이 직접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토마스로싱 교수.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자신이 직접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토마스로싱 교수.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멋지게 연주하고 4중창곡을 훌륭하게 편곡하는 백발의 75세 노인. 그는 음악가가 아니라 과학자다.

주인공은 악기 음향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물리학과의 토머스 로싱 교수다. 미국 음향학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로싱 상’을 제정해 악기 음향학의 보급과 교육에 공로가 큰 사람에게 수상하고 있을 정도다.

로싱 교수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서울대 BK21 정보기술사업단과 물리교육과의 초청을 받아 14일 서울대에서 ‘악기의 과학’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강연 중간에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관에 피리의 입 대는 부분을 연결해 만든 자신만의 악기로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 악기는 피리와 달리 관 둘레에 구멍들이 없는데도 다양한 소리가 나는 것이 특이했다. 로싱 교수는 “관의 한쪽을 열어놓느냐 손가락으로 막느냐, 또는 세게 부느냐 약하게 부느냐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며 관악기의 원리를 공기 전달 속도, 관의 길이, 소리의 주파수 등으로 설명했다.

또 그는 기타나 바이올린의 줄과 울림통이, 북이나 종이 어떻게 진동하는지를 홀로그램 사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홀로그램 연구는 어떤 것일까. 레이저에서 나온 광선을 2개로 나눠 하나의 빛은 직접 스크린을 비추고, 다른 하나의 빛은 악기에 비춘다. 이 두 광선이 간섭을 일으켜 홀로그램이 형성되면 이를 통해 악기의 진동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로싱 교수는 서양악기뿐 아니라 한국 종, 중국 징, 편종 등 동양악기도 연구했다. 특히 1988년 중국에서 열렸던 음향학회에서 지금은 작고한 서울대 염영하 교수를 만나면서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한 한국 종을 연구하는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서양 종은 소리가 멀리 크게 들리는 반면, 동양 종은 부드럽고 낮은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또 로싱 교수는 “악기 음향학은 악기의 제작자뿐 아니라 악기 연주자와 음악 감상자에게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소리의 여운이 오래 남는 구조라 소리를 전달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장소에서 그가 합창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공간에 맞게 연습해 공연을 성공시켰다. 또 한번은 그의 연구실에 현악기인 밴조 제작자가 찾아와 100년 된 악기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음향학적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로싱 교수는 “기회가 되면 거문고나 가야금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입체적으로 연구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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