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는 작가 지망생인 트레플레프, 그의 어머니이자 유명한 여배우인 아르카지나, 그녀의 애인인 소설가 트리고린, 트레플레프의 사랑을 받지만 트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긴 니나 등 10명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엇갈린 사랑을 통해 인간의 삶과 운명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체호프 작품의 특징은 인물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세밀하고 생생한 묘사와 이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에 있다. 기존의 사실주의적 접근과는 달리 이번 무대는 상징적으로, 시청각적으로 이같은 특징을 잘 살려냈다.
우선 청각적인 면에서 무대 위에서 직접 물소리를 내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인물들의 움직임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각 인물의 대사도 강약과 리듬감이 잘 살아나도록 처리됐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토월극장의 무대 전체를 활용해 인간의 사랑과 삶의 심원한 깊이를 나타냈다. 무대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 나무다리, 부서진 나무배, 그 위에 걸린 사치스러운 샹들리에는 끝내 호수를 떠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한계, 샹들리에의 인공적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사랑과 삶의 공허를 상징한다.
‘갈매기’의 인물들에게 사랑은 곧 삶이다. 트레플레프가 니나에 대한 사랑 속에서 극작가로 성장하고, 니나가 트리고린에 대한 사랑과 함께 배우의 꿈을 키우는 것처럼, 이들은 사랑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사랑의 성공과 실패는 곧 삶의 완성이며 좌절이다.
공허하게 호수를 맴돌며 연명하던가 아니면 한 순간 섬뜩한 비명을 남기고 박제가 되는 갈매기들. 삼류배우로 살면서도 버림받은 사랑의 주변을 맴도는 니나, 니나가 떠난 뒤 작가로서 명성을 얻지만 결국 자살하는 트레플레프 모두 갈매기들이다.
서명수 연극평론가·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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