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피그말리온’주인공 강지은 “내면연기 진땀 나네요”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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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은씨. 사진제공 서울시극단
강지은씨. 사진제공 서울시극단
“사람이란 귀하게 대해주는 사람 앞에선 귀족이 되고, 거리의 여자 취급하는 사람에게는 천해보이는 거랍니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피그말리온’(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소극장)에서 주인공 일라이자 둘리틀은 자신을 인격체로 대해주지 않는 히긴스 교수에게 이렇게 쏘아붙인다. 일라이자 역을 맡은 배우 강지은씨(36)의 슬픔을 감춘 당당한 내면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피그말리온’은 음성학 교수인 헨리 히긴스가 꽃파는 아가씨 둘리틀에게 언어와 예의범절을 가르쳐 상류사회의 귀부인으로 변신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씨는 거친 입담의 아가씨에서 우아한 공작부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는 “막나가는 연기가 오히려 쉬웠다”며 “마지막 부분의 절제된 내면연기는 물론 언어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행동과 말이 어긋나는 어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87년 서머셋모옴의 ‘비’로 데뷔한 뒤 1997년 ‘남에서 오신 손님’으로 서울연극제 신인상, 2001년 ‘달님은 예쁘기도 하셔라’로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을 받은 중견 연기자.

영국의 희곡작가 버나드 쇼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소재로 이 희곡을 썼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우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학생이 실제로도 우수 학생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이론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요? 저는 정말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들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거든요.”

이 연극은 56년 뮤지컬‘마이 페어 레이디’로 제작됐고,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연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영화와는 다르게 끝난다.

“영화처럼 끝났으면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반복이었을 거예요. 외양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둘리틀이 자기 정체성을 깨닫고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거든요.” 02-399-1795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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