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여인 세헤라자드가 페르시아의 샤 리야르 왕에게 중동과 인도, 이집트의 설화를 1001일 밤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천일야화·千一夜話)’로 1400년경 완성된 작품이다.
신일숙씨가 ‘세헤라자드’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판타지 풍의 장대한 스토리와 더불어 중동과 주변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다수 발표했기 때문.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1985∼96년)은 고대 페르시아, ‘에시리자르’(90∼93년)는 아라비아, ‘파라오의 연인’(97∼2004년)은 이집트가 배경이다.
그가 중동문화에 매료된 것은 중학교 시절 ‘아라비안나이트’를 읽고 나서였다. 그는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문명의 발상지’다운 성숙한 사고방식에 이끌렸다면서 ‘꼽추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이슬람교인 기독교인 유대인이 각각 자신의 실수로 꼽추를 죽인 줄 알고 있었어요. 이들 중 기독교인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니까 유대인과 이슬람교인도 모두 ‘내가 죽였다’며 나서죠. 다른 종교를 나쁘게 봤다면 그런 이야기가 나왔겠어요? ‘그 시대에도 이처럼 열린 사고를 가졌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중동에 가보지 못했다. 이전에는 여유가 없어 못 갔으나, 이제 형편이 나아지니 중동의 정세가 너무 혼란스러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가장 가 보고 싶다”며 “아랍 국가들 중 가장 폐쇄적이긴 해도 그만큼 고유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지마다 아랍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토막 상식을 실었다. 무슬림 남자는 여자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이 예의이나 여자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예언자 마호메트가 신의 첫 계시를 받을 때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었기 때문에 이슬람권에서 초승달은 ‘진리의 시작’을 뜻한다.
그는 ‘아라비안나이트’ 작업을 마친 뒤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성인만화로 각색할 계획이다.
“‘아라비안나이트’는 모르는 이들이 많아 원전을 그대로 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는 각색을 좀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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