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황토방서 개운해진 몸…전남 무안 황토마을

  • 입력 2004년 4월 22일 17시 06분


바다를 마주한 '바닷가 황토마을'. 주변에 펼쳐진 새파란 마늘, 양파밭을 거닐어도 좋고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거나 바다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바다를 마주한 '바닷가 황토마을'. 주변에 펼쳐진 새파란 마늘, 양파밭을 거닐어도 좋고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거나 바다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해안선을 중심으로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황토로 덮여 있는 전남 무안군은 ‘황토골’이라고 불린다. 황토에는 보통 칼륨, 철, 마그네슘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곳 황토골은 그중에서도 게르마늄 성분이 특히 많다.

게르마늄은 흔히 ‘먹는 산소’라고 하는데, 약용식물 연구가들에 따르면 유기성 게르마늄 토양에서 자라는 모든 동식물은 인간에게 약이 된다고 한다. 또 이 지역에서는 피부병에 걸리거나 허리가 굽은 환자가 거의 없으며 수명이 타 지역보다 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고 보면 황토의 고장 무안 땅에 들어서면 곧 건강여행을 즐기는 셈이다.

○ 황토마을에 비친 노을

‘바닷가 황토마을’로 가는 국도변에 흐드러지게 핀 배추꽃. 샛노란 배추꽃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의 시골길이 떠오른다.

황토의 맛과 멋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운남면 내리에 위치한 바닷가 황토마을이다.

우선 황토마을로 가는 길목에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풍력발전기가 있고 곳곳에 넓게 펼쳐진 황토 사이사이로는 초록빛 마늘, 양파밭이 보인다. 그 옆에는 유채꽃보다 더 화사한 배추꽃이 가득 피어 있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황토벽에 황토구들장을 깔아 만든 아담한 건물이 그림 같은 곳이다. 5000여평의 넓은 대지에 황토집은 달랑 5채뿐. 나머지는 모두 잔디밭이다. 잔디밭이 끝나면 바로 바다가 이어진다. 마치 무인도에 온 것처럼 한적한 이곳은 특히 해질 무렵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아름답다.

황토집 앞 바다에서는 썰물 때는 갯벌 체험을, 밀물 때는 수영을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낙지 잡기다. 무안의 유명한 뻘낙지를 이곳에선 손수 잡을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개 양식을 하는 곳이 많아 일반인들이 손을 댈 수 없지만 이곳은 자연산이기에 그야말로 잡는 사람이 임자다.

○ 산낙지를 한입에 쏘옥

‘전문가’들은 보통 개펄에 숨어 있는 낙지를 삽으로 파서 잡지만 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저녁 무렵 빠졌던 물이 들어와 발목까지 차오를 때면 낙지들이 따라 들어오는데, 이때 손전등을 비춰 가며 낙지를 쉽게 잡을 수 있다. 횃불을 켜고 잡는다는 뜻으로 이곳에선 ‘홰낙지’라고 부른다. 밤이 되면 주민들이 나와 낙지를 잡기 때문에 황토마을 앞 바다는 반짝거리는 작은 불빛으로 가득 찬다.

갯벌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낙지(위)와 황토골에 있는 아담한 황토집.

낙지는 몸놀림이 다소 둔해져 보는 순간 재빠르게 건져 올리면 된다. 초보자들은 잡아 올릴 때 미끄덩거려 놓치기 쉽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자연산 세발낙지를 손수 잡아 올려 맛볼 수 있다.

바닷물에서 금방 건져 올린 낙지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행여 놓칠세라 꽉 쥐고 있다 보면 낙지 다리가 꿈틀거리며 손목을 죄어 따끔거린다. 그만큼 싱싱하다는 증거다.

이곳에서 잡은 산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먹으면 죽어가는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몸에 좋다고 한다. 꿈틀대는 낙지를 통째로 먹는 게 낯설고 망설여지긴 하지만 그 맛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다. 생으로 먹는 것이 꺼림칙하다면 불에 구워 먹어도 된다.

○ 바다낚시 한번 해볼까

황토마을 앞 작은 선착장에서는 배를 타고 나가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인근 어민들이 생업으로 운영하는 고기잡이배를 이곳 주인이 연결시켜준다. 주로 잡히는 것은 광어와 돔 종류. 배를 빌리는 비용도 5만원으로 저렴한 편. 꼭 낚시를 하지 않더라도 배로 섬 주위를 돌아도 좋다. 1시간 정도면 신안 앞바다에 동동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둘러볼 수 있다.

무안 지역에서는 5월이 되면 양파 수확이 시작되는데 약간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양파는 밭에 남겨두어 퇴비로 사용한다. 물론 무턱대고 남의 밭에 들어가 남겨진 양파를 가져올 수는 없는 일. 그러나 황토마을 주인이 양파밭 주인과 끈끈한 정을 맺어둔 덕분에 황토마을 손님들은 얼마든지 못생긴 양파를 주워올 수 있다.

자연을 벗 삼아 분주한 하루를 보낸 뒤에는 황토마을 마당에서 화덕에 장작불을 피워가며 바비큐를 해먹는 맛도 그만이다. 분위기에 취해 늦은 잠을 청해도 좋다. 몸에 좋다는 황토방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061-453-0178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회산 백련지가 30분 거리에…동양최대 연꽃 자생지 볼만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에 있는 회산 백련지는 바닷가 황토마을에서 차로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곳의 명물인 연꽃은 씨주머니 속에 많은 씨앗을 담고 있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동양 최대의 하얀 연꽃 자생지인 회산 백련지는 2개의 저수지가 합쳐져 넓이가 10만평이나 된다. 백련은 7∼9월에 피기 때문에 아직은 볼 수 없지만 산책 삼아 가볍게 둘러보기에 좋다.

연꽃방죽 제1주차장 진입로는 가로수 대신 갖가지 얼굴을 한 장승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연꽃방죽원 가장자리에는 원두막과 나무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다. 연못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 코스(1시간 대여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쌍쌍자전거 5000원)와 맨발로 걸어 다니는 지압로도 있다. 야생식물학습장은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 좋을 듯. 입장료는 1000원(유치원생 무료). 이용시간은 오전 8시∼오후 8시.

▼1박 2일 떠나볼까▼

1.오후에 무안 황토마을 도착→배 타고 바다낚시 또는 섬 관광→저녁 때 갯벌에서 낙지 잡기

2.모닥불 피워놓고 바비큐→황토집에서 숙박(2인 기준 7만원)

3.다음날 아침 양파 줍기→회산 백련지 돌아보기(입장료 1000원)→오후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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