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스키와 허치’는 1970년대를 주도면밀하게 추억하는 자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만든다. 말발굽 모양의 콧수염, 흑인들의 과장된 파마 머리, 디스코 음악과 춤, 엄청나게 큰 도청장치, 긴 금발의 백인 미녀, 청바지, 사과만큼 큰 헤드폰 등 당시를 상징하는 패션 코드가 모여 ‘촌스럽고 우스운’ 영화적 스타일을 이룬다.
캘리포니아주 베이 시티의 열혈형사 데이비드 스타스키(벤 스틸러)는 타협을 모르는 원칙주의적 성격 탓에 매번 파트너와 불화를 겪는다. 스타스키는 느긋한 성격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며 살아가는 비리 형사 켄 허친슨(오웬 윌슨)과 파트너가 된다. 둘이 근무하는 첫 날, 베이 시티 해안에서 시체 한 구가 떠오른다. 스타스키와 허치는 정보원 허기 베어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인다. 유력한 용의자는 부유한 사업가 리즈 펠드먼. 펠드먼은 마약탐지견이 냄새 맡을 수 없는 ‘무취마약’을 개발해 유통시키려 한다. 스타스키와 허치는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영화는 주연, 악역, 조연 모두를 ‘행위’가 아닌 ‘캐릭터’로 읽을 만하다. 하이틴 코미디 ‘로드 트립’의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핵심은 강력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스타스키와 허치의 캐릭터는 물론 래퍼 스누프 독이 연기한 정보원 허기 베어, 악당 리즈 펠드먼, 그의 애인 키티는 모두 서로 다른 동심원의 중심에 서 있다. 그들은 선하거나 악하거나 아니면 생각 자체가 없지만, 기본적으로 낭만적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악당 두목조차 딸의 성년식을 성심성의껏 치러주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영화는 이런 70년대적 캐릭터를 마약, 디스코, 프리섹스라는 70년대적 상황과 접합시켜 소박한 낭만이 담긴 웃음을 이끌어낸다. ‘심각한 신종범죄’라고 등장한 것이 고작 말발굽 모양 콧수염의 사내가 벌이는 ‘냄새나지 않는 코카인’ 소동이라니.
‘스타스키와 허치’는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기보다 틀로 찍어낸 듯 정형화한다. ‘70년대적 인물’에 관한 고정관념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일부러 ‘싸구려’ 같은 느낌을 만들어 냈다. 금발의 치어리더를 예외 없이 섹스머신으로 등장시키는 ‘물화(物化)’도 이런 키치적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복원’ 자체에 무게중심을 둔 나머지 정작 오늘날의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응집력과 창의력을 잃어버렸다. 단선적이고 얄팍한 이야기는 ‘중간을 빼먹고 보아도’ 그만인 것이다(정말 TV와 똑같다!). 자글자글한 웃음은 멈추지 않지만 핵폭발하듯 분출하지는 않는다.
두 눈 사이에 한껏 힘을 준 스틸러는 이 영화에서 오웬 윌슨과 6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의 연기(특히 무취마약에 취해 디스코텍에서 미친 듯 춤을 추는 모습)는 관객들 눈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웃긴다. 하지만 스틸러의 연기는 필요 이상 과장된 반면, 윌슨은 또 그 반대다. 이로 인해 둘의 성격차와 파트너십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추를 이뤘던 TV 시리즈의 매력은 영화 속에서 희미해졌다.
영화는 스타스키를 비타협적 원칙주의자로, 허치를 유들유들한 비리 경찰로 묘사했지만 당초 TV 드라마에서 스타스키는 거칠고 떠벌리는 행동파, 허치는 독서를 좋아하고 사리분별에 밝은 온건파였다. 12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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