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는 禾와 斗로 이루어졌는데, 禾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습을 그렸고, 斗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곡식이나 술을 나눌 때 쓰던 손잡이 달린 국자를 그렸다. 斗는 이후 말과 같은 容器(용기)는 물론 北斗七星(북두칠성)처럼 국자 모양의 것을 통칭하기도 했다.
그래서 科는 ‘곡식의 무게나 양을 재다’가 원래 뜻이다. 곡식의 計量(계량)을 위해서는 분류가 이루어지게 마련이고, 분류된 곡식은 각기 질에 따라 等級(등급)이 매겨진다. 그래서 科에는 等級이라는 뜻과 함께 文科(문과)나 理科(이과)와 같은 部門(부문)이라는 뜻과 科目(과목)이라는 의미도 생겼다. 그래서 科擧(과거)라고 하면 시험의 내용적 분류(科)에 따라 사람을 뽑는(擧) 것을 말한다.
중국에서 科學이라 함은 곡식(禾)을 용기(斗)로 잴 때처럼 ‘정확함’이 기본이었으니, 科學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척도가 달라져서는 아니 되었다. ‘사이언스(science)’가 지식이라는 뜻의 라틴어 ‘scienta’에서 왔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科가 훨씬 더 현대적 의미의 科學에 가까운 셈이다.
報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손에 수갑을 채인 사람이 꿇어앉은 모습과 그 등 뒤로 놓인 손의 모습이 그려져, 罪人(죄인)의 罪狀(죄상)을 법관에게 알려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래서 報의 원래 뜻은 죄를 판결하다는 뜻이었지만, 이후 죄상을 상세히 아뢴다는 뜻으로부터 報에는 報告(보고)하다는 뜻이 생겼고, 이후 ‘알리다’는 의미로 확장 되었다.
情報란 일의 情況(정황)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字源(자원)으로 볼 때 報는 원래 죄인의 나쁜 행위를 법관에게 보고하고 알리는 것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오늘날의 개방된 情報와는 달리 선별된 상향식 報告를 의미한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정보에 선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報에 비록 상향식의 위계 개념이 없어졌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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