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게 서 있던 전신주와 전깃줄도 모두 사라졌다. 전선 대신 한옥의 처마가 하늘과 맞닿은 것을 볼 수 있다. 리모델링한 한옥 건물은 외벽이 적벽돌에서 밝은 회색의 사조석으로 바뀌어 훨씬 깨끗해 보였다. 담에는 전통 문양을 넣었고 기와를 올리기도 했다.
서울시가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북촌 가꾸기 사업’에서 가장 먼저 환경정비 공사를 마친 1구역의 모습이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종로구 가회동 계동 재동 안국동 원서동 삼청동 일대로 900여채의 한옥이 남아 있다.
서울시의 ‘북촌 가꾸기 사업’은 한옥 거주자에게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고 골목길을 정비해 서울에서 유일한 전통한옥 밀집지역을 ‘살기 좋고 찾기 좋은’ 마을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비록 총 길이가 700m에 불과해 아쉽긴 하지만 환경정비 공사를 마친 가회동 11, 31 일대 골목길을 둘러보면 주변의 다른 골목보다 훨씬 아름답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전기 통신 선로를 땅에 묻고 도로와 보도 포장을 새로 바꾸는 데 21억여원이 들었다. 한옥 180여채의 리모델링은 외벽과 지붕 처마선을 살리는 방향으로 실시됐다. 실내 화장실과 입식 주방 등 거주민의 편의를 고려하면서 유리창에 전통 문양의 창살을 넣는 식으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켰다.
그러나 ‘전통과 현대가 팽팽하게 충돌하는 모습’도 보인다. 도시가스 배관은 색과 모양이 건물 외관을 망가뜨리고 철제 우편함 역시 한옥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길에 불쑥 솟은 분전함이나 맨홀 뚜껑, 담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 홈통은 어쩔 수 없이 눈에 거슬린다.
서울시 한옥보전팀의 노경래 주임는 “우리도 그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나 거주자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폭 2∼3m인 골목으로 들어오는 자동차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한옥 내에 주차공간을 만들 수 없어 애써 만든 길을 주차장으로 내주기도 한다.
현재 북촌에서는 길이 830m의 북촌길과 420m의 계동길에서 2단계 환경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말에는 화동길과 풍문여고길이 공사에 들어간다.
노 주임은 “이 길들은 차로의 폭이 1구역에 비해 넓고 도로 부근의 상점들이 한옥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정비가 더 까다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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