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장르 면에서 ‘도심 무협 액션’을 표방한다. 하지만 부모의 죽음과 복수, 정사(正邪)간의 대결, 사랑과 영웅담 등 ‘정통 액션’의 문법을 취하지는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웃겨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소공(笑功)’이라도 쓸 것 같은, 아웃사이더 이미지가 강한 친동생 류승범을 주인공으로 택했다. 의도는 명백하다. 상환은 잘생긴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은 뜨겁지만 능력이 모자라는 도심 속의 현대적 영웅에 잘 어울린다.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볼거리와 소소한 웃음을 제공한다. 등장인물들은 CG의 힘을 빌려 도심의 빌딩 숲을 뛰어넘고, 장풍을 날려 범인을 잡고, 몸을 허공에 띄우는 공중부양의 묘기를 선보인다. TV 드라마 출연으로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류승범식 코미디도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볼거리와 코미디가 이 작품의 상업적 코드인 셈이다.
여기까지다. ‘다찌마와 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의 사실적 액션과 비장미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류승완 감독의 ‘장풍’은 빗나가기 시작한다. 46억원의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이 ‘대작전’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채 겉돌고 말았다.
영화는 대중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지만 의외로 대중적이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황당한 판타지이면서도 무협장르가 수십년간 변함없이 관객을 사로잡아온 이유는 ‘이야기’의 매력에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것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힘으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흑운(黑雲·정두홍)과 상환의 대결에 마지막 내공(內攻)을 모으지만 그 손바람도 그리 세지는 않다.
류 감독 마니아들에게 이 작품은 류승완의 ‘주화입마’(走火入魔·내공을 운용하는 무예인이 여러 이유로 폐인이 되는 상황)로 보일 듯싶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