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예술의 전당 ‘새 사장 잘뽑아야 될텐데…’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26분


요즘 문화계에서는 서울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두 문화기관의 수장(首長)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순규 예술의 전당 사장이 9일로 임기가 만료된 데 이어 김신환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21일 사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사장 인선을 앞두고 문화예술인들은 ‘현재와 같은 절차로는 능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앉힐 수 없다’며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문화관광부 장관이 3년 임기의 사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어 매번 ‘낙하산 인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2002년 사장 공모제를 채택했으나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임자들이 자천(自薦) 형태의 공모에 응하길 꺼리기 때문에 오히려 유능한 사람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세종문화회관은 당시 공모에 응한 15명 중 심사를 거쳐 김신환씨를 임명했으나 재임기간 내내 업무능력과 관련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강창일 고양문화재단 문예감독은 “전문가들의 추천과 난상토론을 거쳐 적임자를 선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이사회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처럼 이사회가 업무를 사후 승인하는 기능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을 책임지고 선출한 뒤 경영에 따른 책임도 직접 묻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극평론가인 서연호 고려대 교수는 “임기가 끝날 때마다 일률적으로 사장을 갈아 치우면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공연기관의 실적이 좋으면 유임시켜 10년 이상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소한 임기 만료 1년 전에 새 사장을 선출해야 업무 단절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석 중인 예술의 전당 사장에는 신선희 서울예술단 이사장,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김민 서울대 음대 학장, 윤병철 우리금융지주 회장, 정명근 CMI 사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계 인맥을 활용해 적극적인 사장 도전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사장직에 뜻을 둔 사람들의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2002년 공모에서 최종 심사에 올랐던 이청승 한국폴라 회장이 재도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번과 같이 공모 절차를 거칠지 아니면 시장이 직접 임명할 것인지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두 기관의 사장을 임명해야 하며 예전과 같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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