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웰便’ 바람/화장실 변천사는…

  • 입력 2004년 4월 29일 15시 44분


화장실 문화는 서양에서는 수세식, 동양에서는 수거식 위주로 발달해 왔다. 민속학자 김광언 교수(인하대 사회교육과)는 “동양에서는 인분을 거름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물에 흘려보내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설명한다.

서양 화장실은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고대 수메르 문화의 중심지였던 유프라테스강 하류에서 기원전 2300년쯤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변기가 발견됐다.

로마에는 공중변소도 있었다. 칸막이나 문 없이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긴의자형 변기에 여러 명이 앉아 변을 보는 방식이었다.

중세는 화장실 역사의 ‘암흑기’였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는 하수도 시설이 없어 평민이나 귀족 할 것 없이 길거리에서 변을 보는 일이 잦았다. 때문에 돌림병도 많았다. 주민들은 창 밖으로 오물을 쏟아 버렸기 때문에 오가던 이들이 종종 오물 세례를 받았다. 남성들은 오물이 스미지 않는 외투를 입었으며, 여성들은 길의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 비라도 내리면 도로가 온통 오물의 강(江)이 되면서 귀부인들을 업어 나르는 직업까지 있었다. 몸에서 나는 오물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사용했다.

화장실을 나타내는 W.C는 ‘Water Closet’의 약자. 1596년 영국의 존 해링턴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위한 수세식 변기를 발명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단순히 흐르는 물에 용변을 봤던 과거 화장실과 달리 물을 저장했다가 오물을 흘려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1775년 알렉산더 커밍스가 변기 안에 물이 늘 남아 있도록 한 수세식 변기로 특허를 받았고, 19세기말 토머스 크래퍼가 방취(防臭)판과 기압을 이용한 기계식 배수 장치를 고안해냈는데 이것이 현대식 변기의 원형이 됐다.

동양에도 수세식 변기 유적이 있다. 경주 불국사에는 일을 본 뒤 물을 부어 변기 앞쪽에 뚫린 구멍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의 변기가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한(漢·기원전 202∼220년) 시대의 왕 무덤에서 팔 받침대가 있는 의자식 돌변기와 수로가 발견됐다. 일본에서도 8세기 무렵 물 위에 화장실을 짓고 사용한 기록이 나온다.

(참고자료:‘동아시아의 뒷간’(김광언·민속원) ‘동서 고금의 화장실 문화 이야기’(장보웅·보진재) 로이터통신)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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