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4박5일 배낭여행 마친 ‘론리 플래닛’ 설립자 토니 휠러

  • 입력 2004년 4월 29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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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출발‘여행의 달인’ 휠러씨는 단출한 배낭 하나만 메고 어디든지 떠난다.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온 김에 4박5일간의 부산∼서울간 배낭여행을 감행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세미나 때문에 가방이(발 앞) 하나 늘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자! 출발
‘여행의 달인’ 휠러씨는 단출한 배낭 하나만 메고 어디든지 떠난다.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온 김에 4박5일간의 부산∼서울간 배낭여행을 감행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세미나 때문에 가방이(발 앞) 하나 늘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세계적인 여행가 토니 휠러(58)가 배낭 하나만 둘러메고 4박5일 동안 한국을 여행했다. 24일 부산을 출발해 경주 안동 강릉을 거쳐 28일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세계 최대 여행전문 출판사 ‘론리 플래닛’의 설립자. 26세 때인 1972년 1년여 동안 영국에서 아시아대륙을 거쳐 호주에 도착한 여행기를 책으로 내면서 아예 출판사를 세웠다. 첫 출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여행서적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열었다. 호주에 본사를 둔 론리 플래닛은 이제 700여종의 여행관련 서적을 17개국어로 출판하는 대기업이 됐다. 올해 초 미국 브랜드파워 평가업체인 브랜드채널닷컴은 2003년 아시아-태평양지역(미주지역 제외) 기업 중 론리 플래닛의 브랜드파워가 소니, 삼성 등에 이어 6위에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항공사 직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그가 어려서부터 여행한 나라는 100개국이 넘는다. 지금도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지만 한국을 여행하기는 이번이 처음. 23일 서울에서 열린 여행세미나 참석차 왔다가 오랫동안 별러왔던 한국 배낭여행을 감행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여행스타일 대로 첫 여행지인 부산에서 묵을 모텔만 예약해 두고 나머지 일정은 그때그때 현지에서 결정하는 ‘자유코스’를 택했다. 4박5일 동안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이 어떠했는지, 그날그날 전화와 e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 들어보았다.

○ 정보망의 천국

서울에서 세미나를 마친 그는 24일 이른 아침 고속철도를 타고 부산으로 간 뒤 그곳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역에서 매표소 안내를 받는 대신 자동발권기에서 신용카드로 직접 구입을 시도했다. 카드번호, 비밀번호 등 입력해야 하는 숫자와 절차가 많았지만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며 즐거워했다. 예매자가 취소를 하면 구입 가능한 좌석이 생겼다가, 인터넷에 접속한 다른 사람이 먼저 결제하면 사라지는 실시간 좌석조회 시스템이 신기하다는 것. 몇 차례 시도 끝에 오전 10시발 고속철에 올라탔다. 그는 “유럽의 고속철도와 차이점을 못 느꼈다”면서도 부산까지 3시간이나 걸린다는 것을 못내 불만스러워했다.

경주, 안동 등 문화 유적지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잡았던 그는 “전 국토 곳곳에 인터넷 카페(PC방)가 널려있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골목 깊숙한 곳, 어두컴컴한 큰 공간에 이런 첨단시설이 있는 것을 신기해했다. 그는 비싼 국제전화 대신 e메일을 이용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시간당 1달러 남짓한 비용이 너무 저렴하다며 “어메이징”을 연발했다.

○ 비빔밥은 훌륭한 웰빙요리

여행에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토속음식 맛보기. 메뉴는 여행서적을 보고 사전에 정하되 식당만큼은 꼭 현지인에게 물어본다.

그는 당초 부산에서 생선회를 먹으려 했다. 하지만 모텔직원에게 맛있는 횟집을 물어보다가 메뉴를 바꿨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회를 먹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대신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 비빔밥집을 추천받았다. 그는 “비빔밥은 먹는 사람이 고추장 양만 조절할 줄 알면 웰빙 식단에 가장 적합한 세계적인 음식”이라며 치켜세웠다.

아침 식사는 모험 부담이 적은 편의점 음식을 이용했다. 상호는 달라도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제품군과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것. 그는 또 한국의 컵라면을 훌륭한 점심식사 대용식으로 꼽았다.

이번 여행에서 먹어본 한국음식의 특징은 ‘자발적 조리’ 메뉴가 많다는 것. 그는 “고기든 찌개든 손님들이 스스로 조리해 먹어야 하는 메뉴가 많다”며 “불편하기 보다는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많아 해외 한국식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주 남산 가장 인상적

서울의 남산 한옥마을을 찾은 휠러씨. 자신의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 안내서를 읽고 있다. 그는 한국을 “급격히 디지털화 돼 가면서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나라”라고 평했다. 이종승기자

그는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때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동시에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한국의 역사”라고 말했다. 5000년 역사는 다양한 유적과 기록을 갖고 있지만 노골적인 반일감정이 한국 역사를 매우 단조롭게 보이게 한다는 것.

그는 “유적들이나 박물관 대부분이 침략, 착취, 약탈 등 일본의 ‘만행’만을 강조하고 있어 유서 깊은 한국 역사의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은 호기심과 위협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켜 흥미롭다”며 “강릉에서 본 무장공비 침투 잠수함은 ‘현재 진행형’인 역사유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로 경주 남산을 꼽았다.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비롯해 수많은 불교 유적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들 유적이 정부 발행 관광안내책자에 일일이 실려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 유적이 흔하기 때문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서방 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큼 빼어난 관광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가꾸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행을 마치고 28일 한국을 떠난 그는 “한국은 가장 빠르게 최첨단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는 나라면서도 유구한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신기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토니 휠러의 배낭여행 10계명▼

‘여행의 달인’ 토니 휠러는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가 말하는 배낭여행 10계명을 소개한다.

▽짐은 가볍게=옷이나 가방, 신발 등은 여행지에서 사면 오히려 기념품이 된다. 옷은 2, 3벌이면 충분하다. 양말과 속옷은 빨아 입자.

▽신용카드의 생활화=비상금은 미화 200∼300달러면 충분하다. 특히 1달러 지폐가 유용하다.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사용명세서는 훌륭한 여행기록물이 된다.

▽현지 인사말은 필수=최소한의 인사말은 현지어로 꼭 외워두자. 현지인과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다. “안녕하세요, 맥주 주세요, 감사합니다”는 토니 휠러가 외워온 한국말.

▽최고의 정보원은 현지인=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여행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내용을 맹신하면 안 된다. 가급적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

▽현지 음식을 체험하라=그 나라의 대표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곳에 가서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 ‘김치’와 ‘기무치’의 차이는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중요 서류는 복사해 가라=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여권이나 카드는 반드시 복사해 따로 보관한다. 급할 때 신원 증명용으로 쓰거나 여권 등을 분실했을 때 재발급 받기도 쉽다.

▽e메일을 활용하라=전화선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e메일 보관함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 두면 소지품을 몽땅 잃어버리거나 위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손쉽게 대처할 수 있다.

▽때론 과욕도 필요하다=유명 유적지, 음식점 등은 돈이 들더라도 꼭 다녀온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돈을 아끼느라 보지 못했던 바미안 석불은 이제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여행책자를 잊지 말라=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체험담은 ‘할 것’과 ‘안 할 것’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지 지명 등이 자국어로 표기된 지도도 필수품.

▽쉬엄쉬엄 즐기라=여행지에서 무리는 금물. 내일의 더 나은 여행을 위해서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거리의 벤치에서 자든, 호텔에서 자든 추억은 자신의 것이다.

▼추천! 배낭여행지▼

○ 건축물

-인도 타지마할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이스탄불 하기아 소피아 성당

-이집트 피라미드

-프랑스 파리 에펠타워

-페루 마추픽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 자연경관

-그린란드 아이스버그

-사하라 사막

-피지 또는 타히티 섬 산호초

-호주 에이어즈 락

-북한 백두산

-네팔 아마다블람산

-인도네시아 켈리 무투 화산

○ 동물 서식지

-캐나다 북극곰

-남극 펭귄

-북극 고래

-인도양 바다거북

-카리브해안 트로피컬 피시

-미국 버펄로

-호주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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