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퓨전 테크놀로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43회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내세운 두 가지 키워드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 박람회는 자재 중심의 독일 쾰른 가구 박람회나 클래식 가구 중심의 스페인 발렌시아 가구 박람회와는 달리 철저히 디자인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모두 67개국 20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19만명이 관람했다.》
|
박람회를 둘러본 국민대 산업디자인과 최경란 교수는 “주방과 욕실 가구 디자인이 주목할 만했고, 다이닝(식공간)이 특별 전시관의 주제가 될 만큼 ‘잘 먹고 잘 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경향으로는 수년 동안 유럽에 불어 닥친 젠(禪) 스타일이 여전히 지속된다. 목재는 오크(참나무)를 중심으로 제브라, 흑단 등 무늬 결을 그대로 살린 자연 소재가 늘었다.
한때 유행했던 체리 무늬목은 퇴장한 반면 그레이 오크나 우윳빛이 나는 화이트 오크가 강세.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색상들이다.
이밖에도 유광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컬러 유리, 플라스틱, 젤라틴, 기포 고무(폼 러버) 등을 믹스 매치한 가구나 가죽을 최첨단 가공 기법으로 처리해 사용한 제품들도 선보였다.
○ 공(空) 개념의 침실
동양의 공 콘셉트는 요즘 선진 유럽 인테리어 업계의 핵심 모티브이다.
각 업체가 제시한 침실 인테리어는 침실에 넓은 침대만 두는 것. 대신 침대의 머리 부분과 양쪽 사이드 테이블을 일자로 길게 연결해 다용도 기능을 갖추게 했다.
침대 높이(매트리스 제외)는 바닥에서 20∼30cm 정도로 아주 낮은 것이 글로벌 트렌드. 한국식 평상에 침구를 올려놓은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지난해 흰색 위주이던 침구는 빨간색, 푸른색, 오렌지색 등으로 보다 화사해졌다.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은 “과감하고 혁신적인 디자인 대신 단순하면서도 실용미를 살린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고 요약했다.
○ 곡선을 강조한 거실
|
모더니즘 가구업체나 사무용품업체마저도 딱딱한 직선 대신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 것이 특징. 소파는 첨단 공법을 도입해 등받이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포라다(Porada)’는 원목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다리를 둥글게 처리한 의자를 선보였다. ‘포로(Porro)’와 ‘몰테니 앤드 씨(Molteni & C)’는 수납장의 손잡이를 없애거나 감춰 극도의 절제미를 표현하는 한편 수납장 문도 보통의 두세배 정도로 크게 만들고 부드럽게 열리도록 특수 기술을 적용했다.
라탄(등나무)과 사탕수수 줄기 소재의 소파는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선이 간결한 흑단 가구에 전통 한식 상차림을 연상시키는 테이블 세팅도 소개됐다.
클래식 가구는 바로크 스타일에 핸드 페인팅을 도입하는 등 장식적 요소가 가미됐다.
○ 사교의 장, 주방
주방이 홈 인테리어의 중심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식사하는 곳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 사교하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T자형 주방이 그 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아일랜드 주방은 부엌 중앙에 조리대가 놓여 있지만, T자형 주방은 한쪽 벽면에 수납장을 두고 거기에서 뻗어 나온 조리대와 가열대가 거실을 향한다.
이탈리아의 유명 주방 가구 업체 ‘바레나(Varenna)’와 ‘살바라니(Salvarani)’는 목재 가구에 광택을 내는 하이그로시 도장 기법과 유리 뒷면에 색을 칠해 반짝이는 효과를 내는 기법으로 최첨단 주방 이미지를 창조했다.
○ 욕실은 웰빙의 핵심공간
욕실 가구는 목재, 유리, 실버 메탈의 믹스 매치가 돋보인다.
욕조는 둥글고 대형화하는 추세. 뚜껑이 달린 것 혹은 노란색, 연두색 등 형광 색상의 욕조도 눈길을 끈다.
세면대는 사각형 형태가 늘어났다. 검회색이나 짙은 갈색 목재 가구 위에 흰색 도자기 또는 인조 대리석 볼 형태의 세면대를 가볍게 얹는 식이다. 깨지지 않도록 유리를 특수 처리해 세면대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수도꼭지는 메탈 소재의 지팡이 모양으로 다른 장식은 배제해 깔끔하다.
연갈색 단풍나무로 벽면과 바닥을 꾸미고 욕조 부분에만 구멍을 판 욕실에서는 독서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여기서 욕실은 웰빙의 핵심 공간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박람회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집약한다.
“독특한 테크닉과 소재가 얽혀 짜여진 전시였다. 이 같은 퓨전은 인간의 스트레스를 덜어 내고, 안정과 행복을 준다.”
밀라노=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