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시사회에서 체제와 이념보다 인간이 중요하다는 인사말이 인상적이었다.
“TV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볼 때마다 체제와 이념, 이런 단어가 때로 부질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자그마치 40년, 50년이다. 한평생 그 세월을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효자동 이발사’가 삶의 가치, 인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란 의미다.”
이 작품은 1960년 3·15부정선거에서 4·19혁명, 5·16쿠데타, 10·26사태까지 굴곡 많은 우리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휴먼 드라마다. 대통령의 이발사였지만 자신의 아들조차 지켜줄 수 없었던 부정(父情)과 서슬 퍼런 권력에 눌린 소시민들의 삶이 담겨 있다.
―대통령 이발사, 성한모는 어떤 인물인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각하, 머리가 다 자라면 오겠습니다’라는 대사는 예고편부터 화제다.
“그 신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촬영 중반 감독이 생각해냈다. ‘각하, 머리가 다 자라면’은 이 작품의 영화적 화법이다. 소심한 성한모 식의 저항이다.”
―웃음 속에 울음이 담긴 중의적인 대사가 많다. 애드리브가 많았나.
“이번 영화는 정말 애드리브 없이 그대로 갔다.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은 애드리브를 통해 캐릭터를 형성시켰지만 이번 영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감정이 ‘오버’되면 이 작품의 미덕이 훼손될 것 같았다.”
―실제 대통령 이발사를 만날 기회는 있었나.
“내가 그분을 똑같이 연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만나지 않았다. 제작진을 통해 그분에 관한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극중 ‘깍쇠’라는 표현처럼 촬영 내내 가위를 들고 살았을 텐데….
“촬영 아니면 연습이었다. 처음에는 어르신 몇 분을 모셔 용돈을 드리고 이발 연습을 했다. 머리 모양이 제대로 나올 리 없고 그분들께 미안해 스태프를 대신 ‘실험용’으로 삼았다. 한 20명 정도는 깎았다. 내가 이발해준 친구들이 다음날 머리를 ‘빡빡’ 밀고 나와 더 말을 않더라. (웃음)”
―사석에서 ‘효자동 이발사’의 관객 수 알아맞히기 내기를 했다. 최하 423만명에서 최고 900만명까지 나왔다.
“덕담한 것 아닐까. 개봉 후에는 이 컵의 물이 축하의 술로 바뀌지 않을까. (웃음)”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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